꿈이 낸 퀴즈

똑같은 감정 두 번 느끼기 (2)

by cranky witch

하루 동안 강렬한 감정을 겪고 겨우 잠에 들면, 꿈이 종종 내게 퀴즈를 낸다.

낮에 겪은 감정을 재확인하는 방식으로.

(관련 글-똑같은 감정 두 번 느끼기)


어젯밤에도 꿈이 문제를 냈다.


Q. 다음 이야기의 화자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을 고르시오.


나는 지금 비행기를 타러 가기 위해 출발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지인이 공항까지 데려다 주기 위한 차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니, 캐리어에 담지 못한 짐이 너무 많다. 가져가야 할 책도 많다. 필요한 모든 것을 챙기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어서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집어 얼른 가방에 넣고 책장에 꽂혀 있는 '김풍'작가의 책은 그냥 포기한다. 끌어안고 가야 할 내 짐들이 너무 많은데 시간은 촉박하고 가야만 하는 상황에 어쩔 줄을 모르고 발만 동동 구른다. 그러다 꿈에서 깬다.


① 나는 여행이 너무 가고 싶다.

② 나는 내가 내린 결정에 남은 감정적 후폭풍을 겪는 중이다.

③ 나는 미리미리 짐 싸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상황에 대처하는 P 성향을 가지고 있다.

④ 나는 '냉장고를 부탁해'에 나오는 김풍 작가의 팬이다.

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은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다.



너무 쉽지만 답은 ②번이다.

나는 지금 여행을 떠날 기력이 없고, 짐을 미리 싸두지 않으면 좀 불안해하는 J 성향이다. 김풍 작가는 냉부에서 인상적으로 보긴 했지만 팬까지는 아니다. 그가 웹툰을 낸 건 알지만 책까지 썼는지는 모르겠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어렸을 때 읽은 뒤로 내 기억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책이다. 심지어 엄청 인상 깊었던 것 같지도 않다.


꿈이 내게 준 문제의 정답이 무엇인지 현실에서 떠올려보았다. 나는 최근에 남자친구에게 헤어지자고 말했다.

사랑이 식어서 이별을 결정한 건 아니었기 때문에, 이별 후에도 그에 대한 감정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그를 향한 감정들이 여전히 사방에 흩어져 걸음을 뗄 때마다 밟히는데... 다 챙겨 담지도 못했는데도 '이별'이 출발해 버린 것이다.


현실에서 감당하지 못한 감정을, 꿈은 다시 한번 확인하게 했다.

현실의 내가 어떤 감정을 겪는지 분명하게 알게 해 줘서 꿈에게 고맙다고 해야 되나.

안 알려줘도 잘 아는데 왜 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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