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데 힘들지 않은데 그래도 힘들어.

이별을 겪어내는 중

by cranky witch

아직 2주가 채 지나지 않았다.


긴 연애의 반 이상을 롱디로 지냈기 때문에 매주 토요일만 되면 그가 생각난다거나 하는 루틴은 없어서 어쩌면 다른 사람보단 덜 힘든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일상의 타임블록은 대부분 그로 칠해졌던 게 아니라서 예전처럼 내가 채워나가고 있다. 최근에 시작한 대학원 학기도 마음의 환기에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매일을 따라다닌다. 버스를 타면 창밖을 보며 맛집을 찾는 걸 즐겨했던 그 모습이 유령처럼 내 옆에 앉아있다. 커피를 마실 땐 그가 좋아하는 커피와 카페에서 달콤한 디저트를 함께했던 수많은 기억들이 함께 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이 노래 좋다고 한번 말했을 뿐인데 노래를 틀 기회마다 그 곡을 틀어줬던 그가 들린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배부를 때 더 먹는 방법이라며 우스꽝스러운 어쩌면 조금 창피한 팁을 전수하던 그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그렇게 자연스레 그는 내 옆에 있다.


이런 순간이 복병이다. 2주 전에 이별한 사람답지 않게 평온한 일상을 보내다가도 0.1초 만에 눈물이 아른거린다. 이 눈물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기 때문에, 눈물이 맺힌 순간 재빠르게 다른 생각을 하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다. 3월의 목표는 수업 중 울지 않기이다.


친한 친구를 만나거나, 가족들이 잠에 든 밤이면 그나마 마음을 놓고 편하게 울 수 있다. 사실 이것도 마냥 편하진 않다. 다음날까지도 퉁퉁 부은 눈을 보고 싶지 않다면 적당히 울어야 한다.


마음이 힘든 게 당연한데, 힘들지 않은 것 같다가도, 순간 힘들어진다. 그리고 다시 힘들지 않은 일상을 살다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이런 기억들이 눈물 대신 옅은 미소를 부르는 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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