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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은 OO에서 온다

(feat. 애프터 씽큐)

실미도, 선재도, 소야도, 제부도, 웅도, 무창포, 하섬, 화도, 진도, 대섬, 사건도, 우도, 소매물도.


여행을 많이 다닌 사람이라면 이곳의 공통점을 알 수 있을까? 대부분 섬이라는 공통점과 바다에 인접하는 공통점이 있다. 그 외에도 이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광경이 있다. 성경에 모세가 홍해를 건널 때 바다가 갈라졌다는 표현을 '모세의 기적'이라고 한다. 특히 진도는 매년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가 진행돼서 50만 명이 되는 사람이 이곳을 찾고 있다. 다만 '모세의 기적'은 영화 같은 진 광경이 아니다. 썰물이 빠지면서 해수면이 낮아지고 서서히 바닷길이 등장한다. 바다 밑에 길이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하지만 물이 점점 빠지면 형태가 드러난다.


(좌) 목섬 | (우) 진도


우리는 천재를 정의할 때 '영감'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영감을 국어사전에 찾아보면 '창조적인 일의 계기나 되는 기발한 착상이나 자극'이라 한다. 에디슨의 명언 중에도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 진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 말은 '엄청난 노력'을 강조한 것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에디슨이 언급한 이 말은 '99%의 노력이 있어도 1%의 영감이 없다면 소용 없다'는 뜻이다. 에디슨의 말을 99%의 노력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1%의 영감에 중점을 둬야 한다.1) 누구나 꾸준히 노력할 수 있다. 영감은 '통찰의 섬광'으로 분류하는, 신비한 내적 과정이라고 믿는다. '천재'의 이미지는 혀를 내밀고 있는 아인슈타인처럼 약간 신경과민 있는 괴짜로 생각한다.2) 영감은 태어날 때부터 타고나기 때문에 후천적 노력으로 어쩔 수 없다고 여긴다. 과연 그럴까?


'천재'의 범주에 들어가는 사람 3명을 꼽으라면 '아인슈타인', '에디슨', '모차르트' 중 한 명은 선택할 것이다. 우리는 모차르트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이는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간혹 드라마와 영화의 허구를 구별하지 않고, 역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아마데우스> 영화의 흥행을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단어가 있다. '살리에리 증후군'이 바로 그것이다. 샬리에리 증후군은 천재성을 가진 인물의 주변 사람이 열등감을 느끼는 증상이다. <아마데우스>에서 샬리에리는 모차르트가 4살 때 협주곡을 작곡했고, 12살에 오페라를 작곡할 만큼 천재로 표현했다.3) 영화에서 모차르트에게 극심한 열등감을 느낀 샬리에리는 결국 모차르트를 독살한다. 하지만, <아마데우스>에 등장하는 모차르트는 상당 부분 허구다. 샬리에리와 모차르트는 라이벌이자 좋은 친구였다. 모차르트가 사망한 후 샬리에리가 독살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그 후 <모차르트와 샬리에리>라는 희극에 이 장면이 등장했고 사실처럼 굳어졌다. <아마데우스>가 등장하며 쇄기를 박은 것이다. 이로써 모차르트와 샬리에리의 케릭터는 희극과 영화에 의해 굳어졌다.


- 모차르트와 샬리에리 -


실제 모차르트는 오랜 인고의 시간을 거쳐 작곡을 했다.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천재의 범주에서 벗어나 있다. 천재라면 14분 만에 뚝딱 곡 하나쯤은 작곡해야 할 거라고 생각한다. 모차르트는 열일곱 살에 첫 협주곡을 작곡했지만, 이는 14년간 치열한 사투를 벌인 결과였다. 창의력이 꼭 필요한 1%의 영감은 선천적 천재의 소유물이 아니다. 천재의 섬광은 누구나 가질 수 있고 노력하면 얻을 수 있다.


천재의 섬광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영감은 순시 간에 찾아왔다'고 할 것이다. 그건 글쓴이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숨겨진 천재'였을지도 모른다는 희열감을 아주 잠깐 느꼈다. 대부분 마술사는 트릭이 없는 일반 카드를 사용한다. 글쓴이도 일반 카드를 즐겨 사용하긴 하지만, 각별한 순간에는 특별한 카드를 사용하기도 한다. 작년 매직캣에서 출시한 어너 에디션(Honor Edition) 뒷면에 작은 트릭을 숨겨 놓았다. 일종의 마킹덱을 디자인 한 것이다. 마킹덱은 숫자가 대 놓고 쓰여있는 경우가 많다. 뒷면이 어지러운 그림으로 되어 있어 숫자가 있다고 해도 관객은 쉽게 눈치채지 못한다. 하지만 어너 에디션 마킹은 특별하다. 마치 매직 아이와도 같다. 알고 있는 사람은 쉽게 마킹을 읽을 수 있지만, 모르는 사람은 절대 그 카드에 마킹이 있는지 모른다. 이런 아이디어를 어떻게 떠올렸냐는 주변 질문에, 글쓴이의 답변을 들은 사람은 '천재'로 생각했을 것이다.


자다가 번쩍 생각났어.
그 디자인이 꿈에 나왔다니까!!!

- 자뻑에 빠진 이모씨 -


- 3 하트 카드의 뒷면 -


실제로 꿈에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잠에서 일어나자마자 한순간에 생각이 나서 꿈에서 봤다고 착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일어나자마자 바로 핸드폰에 그 디자인을 그렸다. 동료에게 마킹 시스템을 보냈고, 격한 반응을 받았다. 어너 에디션이 출시되고 마술사들에게 보여줬을 때 다들 혀를 내 둘렀다. 이미 최고의 자리에 있는 마술사들이 만져본 적 없는 특별한 카드였다.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최고의 카드

- 숀 파커(Shawn Farquhar) -



마술사를 위해 탄생한 카드

- 심페이 카쥬가와(Shimpei) -



어너 에디션에 숨겨진 비밀은
매우 실용적이고 독창적이다.

-맥스 메이븐(Max Maven) -



어너 에디션은 디테일의 끝판왕이다.

- 빌 청(Bill Cheung) -


과연 천재의 섬광 순간을 곁은 것일까? 아니면 노력의 성과일까? 이는 심리학 연구에 활용되는 실험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4) 큰 방에 있다고 상상해보자. 의자와 책상 위에 한 쪽이 갈고리로 된 막대, 렌치, 전기 연장선이 있다. 양쪽에는 천장부터 내려오는 긴 줄이 바닥 약간 위까지 늘어져 있다. 



연구진이 두 줄을 묶으라고 한다면 어떤 방법을 떠 올릴 수 있을까? 한쪽 줄을 잡고 다른 줄을 잡기에는 무리가 있다. 호모 사피엔스답게 연장을 사용해서 해결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방 안에 있는 물건을 사용해서 어떻게 두 줄을 묶을 수 있을까?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에서는 총 4가지의 해결책을 설명한다.



한 쪽 줄을 의자에 묶고, 다른 줄을 가져와서 묶는 방법. 전기 연장선으로 중간 브릿지를 만드는 방법. 갈고리로 줄 하나를 당겨서 묶는 방법. 마지막으로 렌치를 추처럼 활용해서 그네처럼 흔들어서 묶는 방법이다.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의 저자 앨런 가넷은 줄을 묶을 수 있는 방법이 전부 '네 가지'라고 했는데, 이상하게 한 가지 방법이 눈에 더 보였다. 이 방법이 책에 소개되어 있지 않아서 오답이라고 생각했지만 오기가 발동했다. 줄을 가지고 책상 위에 올라가면 한 쪽 줄이 한계치까지 온 상태에 한 쪽 손에 잡힌다.


아니면 말거나......


여기서 연구진들이 유심 있게 본 방법은 4번째 방법이다. 참가자 중 스스로 이 방법을 떠 올린 사람은 40%밖에 되지 않았다. 10분이 지나도 이 방법을 생각하지 못하면, 연구진이 사소한 힌트를 준다. 연구진이 방에 들어와 줄을 '툭' 건드려서 흔들리게 만든다. 은근한 힌트를 받은 참가자는 평균 1분도 채 안돼서 4번째 방법을 생각해 냈다고 한다. 연구가 끝난 뒤 60%의 참가자들 대부분은 렌치를 활용한 방법은 '섬광과 같은 통찰'을 얻었다고 한다. 어느 순간 불현듯, 스파크가 튀 듯이 떠 오른 거라고 한다. 이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영감'이다.


우리는 문제를 해결할 때 논리적으로 해결하기도 하고, 직관적으로 해결하기도 한다. 수리력을 요하는 복잡한 수학 문제를 푸는 경우, 좌뇌가 활발히 움직인다. 비유적인 연상이나 개념들 사이에서 연관성을 찾을 때는 우뇌가 활성화된다. 우뇌는 인식의 낮은 곳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아무리 우뇌가 열심히 답을 찾아도 인식하지 못한다. 우뇌가 이미 답을 가지고 소리를 치더라도, 아련하게 메아리처럼 들릴 뿐이다. 좌뇌가 논리적으로 문제를 풀다 지치면 활동량이 떨어진다. 이때 우뇌의 목소리가 점점 또렷하게 들린다.


아무리 바다 밑에 길이 있다고 소리치지만 그걸 보지 못한다. 썰물이 빠지면 바닷길이 드러나는 것처럼, 우리 뇌는 이렇게 작동한다. 이때 비로소 바닷길을 지나 목적지로 걸어갈 수 있다. 이 순간이 우리가 경험하는 섬광이 치는 순간이다. 천재의 통찰이 번뜩이는 찰나다. 이런 순간이 특별한 이유는 신비롭기 때문이다. 논리적으로 문제를 푼 결과는 심오하지 않다. 당연히 나와야 하는 결과가 나온 것뿐이다. 하지만 우뇌의 번뜩이는 순간을 통해 얻은 결과는 불가사의한 영역에서 삽시간에 온다고 생각한다.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 계속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했고, 연결되어 있는 개념의 실타래가 풀린 당연한 결과다. 대단해 보이지만 뇌가 해야 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그냥 멍 때린다고 이런 순간을 경험할 수 있을까?


아버지는 여행 가기 전 여행지에 대한 조사를 상당히 많이 한다. 조사한 것을 프린트해서 책처럼 들고 다닌다. 그렇게 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아는 만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지에 가서 가이드가 없다면 그 누구도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다. 시간만 낭비하는 꼴이다. 회사에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끄집어 내기 위해 뇌를 쥐어짜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브레인스토밍을 해도 별 다른 성과가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아는 게 없기 때문이다. 아는 게 많아야지만 창의력이 폭풍을 몰고 온다.


쥐어짜서 되는 건 '여드름' 밖에 없다.


어너 에디션 카드 마킹 시스템이 머릿속에서 번뜩이기 전까지, 몇 날 며칠을 카드 뒷면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눈에 가까이 가져와서 보기도 하고, 여러 장을 깔아놓고 보기도 하고, 심지어는 자기 전에도 계속 그 카드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시중에 나와 있는 마킹덱을 전부 찾아봤다. 일하지 않고 노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인터넷에서 숨은 그림 찾기를 많이 찾아봤다. 매직 아이도 들여다봤다. 직접 카드에 낙서도 했다. 이러다가 벼락 맞았다.


창의성은 더 이상 신기루가 아니다. 하지만, 그전에 많은 소비를 해야 한다. 바닷길은 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우리 뇌에 있는 바다는 노력하지 않으면 절대 그 수위를 낮추지 않는다. 가려진 길을 찾지 못하고 아등바등 거릴지, 썰물이 빠져나가는 순간을 만들지, 이것은 인풋이 결정한다.



<출처 : 매직캣 커뮤니케이션 공식 블로그(https://blog.naver.com/magicatcommunication)>





※ 참고문헌 ※

  1) 오리슨 마덴 재단 저, 오근영 역, <마덴 박사의 성공목표설정연습장>, 현실과미래, 2001

  2) 앨런 가넷 저, 이경남 역,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알에이치코리아, 2018, p.40

  3) 같은 책, p.46

  4) 같은 책,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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