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을 회복하는 지름길
문뜩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
대학교 3학년 전공 수업시간
못 보던 학생이 제일 앞에 앉아있다
출석 때 알게 된 건 그 학생은 우리 학년보다는 어린 친구라는 것
수업이 시작되고
교수님의 열강 중에 갑자기 앞줄에서 불쑥 손이 올라온다
질문하려나보다
질문의 내용은 정확히 생각나지 않지만
교수님의 황당해하는 표정 그리고 이어진 꾸지람이 기억난다
요는 그 학생은 자신의 수준보다 높은 수업을 수강하고 싶어서 용기 있게 수강하였으나 배경지식이 3학년에 따라오지 못해 아주 기초적인 질문을 하였고 이에 교수님이 나무라며 수준에 맞는 수업을 들어야 함을 호통쳤던 것
그날 밤 일기에 그 학생에 대한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나의 관점에서는 그 학생이 기죽지 않기를 바랐다
어려운 수업에 도전하는 것도 용기고 꾸지람을 들었지만 그것은 그것이고 그녀의 세계가 무너지지 않을 정도길 바라면서...
다음 수업시간
그 학생은 드롭을 한 모양이고 한 세계의 붕괴를 지켜본 느낌이었다
오늘 문득 그날의 기억이 떠오른 것은
제일 앞줄에 앉은 그 학생의 뒷모습에서 내 모습이 보여서다
말 한마디의 위력이란....
쳇바퀴 같은 일상 속에서 스스로에게 좋은 서사를 부여하고 위로하고 북돋아주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는 사이 그것은 현실이 되어 우리를 둘러싼 공고한 벽이 된다
그런데 오늘 문득 그 학생이 떠오르며...
너는 여전히 반짝인다고! 변한 건 없다고! 소리치고 싶어졌다
요즘 계속 되풀이되는 알고리즘은
언어가 물리적 실체를 바꿀 수 있다는 테마다
신경가소성도 일종의 예가 되고
"물은 답을 알고 있다"라는 책에서도 예전에 나왔던 이야기이다( 칭찬해 준 식물과 욕을 한 식물의 생장에 관한 책)
말을 위력에 대해....
그리고 좋은 말을 해주는 친구를 찾기 어려운 시대에
스스로를 북돋우고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자신에게 따뜻한 서사를 부여함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