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은 생존
전 세계를 누비며 산과 들을 벗 삼아 강과 바다를 유랑하며 살아보는 꿈
어릴 적 나의 로망이었다.
풀 숲에 숨어있을 뱀도 갑작스레 내리는 폭우도 상상 속 나의 안락한 텐트를 뚫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알에서 깨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행을 직접 해보니 상상과 현실을 매우 다르며(야외에서 하루도 못 버틸 것이다.) 그 간극을 매울 수 있는 적응력이 곧 생존력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뇌과학자 박문호 박사님의 강의에 따르면 인간 지능은 내가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모든 노력의 총체라고 한다.
우울증에 걸리지 않게 하는 것
불면증에 걸리지 않게 하는 것
적절한 운동과 식단
사회적 네트워크 관리
책을 읽는 것
글을 쓰는 것
등
육아로 180도 바뀌어진 일상에 아직도 적응하고 있는 내가 최근 가장 관심을 가지는 주제다.
조선시대 사람이 현대에 오면 잘 살 수 있을까?
현대에 사는 내가 조선시대에 가게 된다면 적응이 더 어려울 것 같다. 조선시대 사람에게 스마트폰 강의 1시간과 지하철 이용법에 대한 간단한 강의를 하면 그 사람은 그럭저럭 지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궁이에 불을 피우는 법부터 배우다가 절망할 것 같다.
일단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을 구분하여 습득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현대에 온 조선시대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물리 법칙이나 자연법칙은 알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테고 , 소프트웨어 즉 사람들의 사고관에 적응하는 것이 관건 일 것 같다. 혼란스러울 이 조선인에게 나는 괜히 감정이입이 되어 간다. 그러면서 나의 걱정에 대해 상담하고 싶어진다. 나는 아마 현대로 온 조선인을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괜한 오지랖이다. 적응에 대해 생각할 때, 조선인을 떠올리는 것 만으로 내 걱정은 콩알만 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