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고 싶지 않아도 낫고, 잊고 싶지 않아도 잊힌다.
고통은 사람을 날카롭고 특별하게 만든다. 우울은 영혼을 감미롭고 시적으로 만든다.
그래서 때로는 그 유리 조각들과도 같은 기억들을 품고 조용히 피를 흘리며 아름답게 살아가고 싶다.
그러나 모든 것은 지나간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어느새 옅은 흔적만을 남기고 사라진다.
모든 것은 덜 강렬해지고, 덜 선명해지고, 덜 고통스러워진다.
그리고 찾아오는, 달콤 쌉싸름한 범용함의 고요와 평화.
그리고 생각하게 된다. 나를 특별하게 만들었던 것은 그 반짝이고 서늘하고 고통스러웠던 기억들이 아닌가 하고. 그러나 이제 그 생생했던 감각마저 잘 기억나지 않고, 삶의 다른 광경들과 함께 어우러져 서서히 고유의 빛을 잃고 흐릿하게 뭉개지기 시작한다. 그 순간이 특별했다는 기억 자체는 잊히지 않지만, 그 순간을 특별하게 만들었던 감각 자체는 잊힌다. 그리고 나는 약간의 우수와 함께 그 잃어버린 그 순간의 감각을 갑자기 속절없이 그리워하게 된다.
이것은 파도의 순환에 지나지 않으며, 또 반짝이고 강렬한 순간들이 찾아올 것이고 그 후에 또 망각과 허무, 잔잔한 물결이 찾아올 것임을 알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위로는 되지 않는다. 어떤 것도 절대적이지 않다. 한때 거의 목숨을 바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했던 것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심지어 관심의 대상도 되지 못한다.
정말로, 너무나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행복 또는 기쁨을 경험한다고 해도, 그것은 영원하지 않다. 심지어 얼마 지속되지도 않는다. 그리고 슬픔이 다시 올 것이고, 그리고 또 행복이 다시 올 것이다. 모든 것은 변하고 사람들은 오고 간다. 원하건 원하지 않건, 나 역시 변한다. 붙들고 있을 수 있는 부표가 없다. 그렇게 그저 영원히 떠다닐 뿐이다. 끝없이 자유로운 동시에 막막하다. 아무것도 바랄 게 없을 정도로 충만한 동시에 허무하다.
삶을 살아가면서 나는 이 모든 것들을 조금 더 무던하게, 단단하게 응시하는 것을 배우게 된다. 지독하게 체념하지 않고 그 모든 것을 눈동자와 심장에 담고 온연히 느끼는 데 익숙해지게 된다. 그러나 그리움과 상실감은 언제나 다시 찾아온다. 우습게도 나는 고통과 어리석음에게까지도 상실감을 느낀다.
그렇게 나는 어리석고, 천진하고, 무모하고, 나약하고, 충동적이고, 강렬했던 어린 날의 나 자신을 그리워한다. 그리움은 인간의 본성이고, 어쩌면 꿈의 한 형태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