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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서C Dec 16. 2015

부의 격차가 벌어지는 현실

만화로 읽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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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  가장 핫한 경제학 책을 꼽는다면 단연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아닐까 합니다. 방송해서 종종 인용하기도 하고 요즘 나오는 경제학 관련 책들이 피케티를 한번 정도는 언급을 꼭 하고 가니,  도대체 이 책이 뭐길래라는 생각이 막 드는 것이지요. 문제는 인기가 있다는 말이 맞긴 맞는데 두께를 보면 읽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괴롭게 생겨먹었다는 것입니다. 숫자가 난무하는 경제학 책에 두께까지 압도하니 서점에서 망설였었어요. 읽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읽고 싶은데 주저하게 되는 애매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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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과감히 타협했습니다. 피케티가 쓰지는 않았으나, 피케티 책을 읽은  척할 수 있는, 것도 만화책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딱 내 수준의 <만화로 읽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집어 들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만화', '쌈빡한', '성공적' 이었다는 것입니다. 만화로 읽어서 재미있었고, 쏙쏙 들어왔으며, 피케티 이론을 한 눈에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만화라고 무시할 가벼운 책도 아니고, 피케티 책의 중요 내용이 그대로 드러나 있으며, 거기에 친절하게 해설까지 해줘서 성공적으로 피케티 이론을 이해했습니다. 뭐 저같이 평범한 독자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책이었어요. 전공자들은 당연히 원서로 읽으실 테니 패스해주시고, 피케티 궁금하시면 이 책으로 갈아타시면 되겠습니다.


만화로 읽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 야마가타 히로오 / 고야마 카리코 / 오상헌 / 스타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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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자본>의 핵심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둘째, 원인은 r> g이다. 셋째, 낙수효과는 뻥이다. 넷째, 그래서 격차를 억제하는 정책을 추진하자 로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지금도 싸우고 있는데 시장과 복지로 대표되는 아젠다 싸움입니다. 시장자유주의로 대표되는 시장이론은 시장을 키우면 나눠먹을 분량이 많아지니, 우선 키워주자고 주장합니다. 경제 성장이 우선이니, 그 과정에서는 대의를 위해서 일정 부분 희생해야 한다는 이론입니다. 그럴 듯하게 들리지요? '맞아. 복지보다는 성장을 위해 힘쓰면 내게도 이익이 될 거야.'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이 이론은 피케티에 의해 무지막지하게 까입니다. 사실 피케티가 대단한 건 '성장한다고 성장 효과가 나까지 오나? 분배는 제대로 되나?'라는 막연하게 추측하는 의심에 제대로 근거를 들어준다는 것입니다. 무려 세계의 이백년 이상의 역사적 부의 축적에 대한 추적 데이터로 말이죠. 전에는 그럴 것이다라고 하면 아닐 수도 있다라고 들먹이겠지만 이번에는 수치를 들이밀어 빼도빡지도 못하는 합리적은 논증을 해대니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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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차가 벌어지고 있답니다. 부는 소수의 전유물이 되어가고 있고, 부의 편중과 격차는 앞으로도 더욱 심해집니다. 기술과 지식 공유가 진전돼도 계속 격차는 더욱 크게 발생합니다. 시장경제의 핵심인 '보이지 않는 손'의 합리적 작동은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에서 완전히 실패합니다. 이는 역사적으로 증명된 사실이고, 필연적 결과입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r> g에 있습니다. r은 자본 수익률이고 g는 경제성장률인데 항상 자본 수익률 r이 경제성장률 g를 앞지른다고 역사는 말하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일정기간 제공한 자본으로부터 얻는 이익인 r이 노동수익률을 대변하는 g보다 항상 크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내가 소유한 10만원치의 자본을 가지고 대략 5%의 수익률을 얻는다면(역사상 평균 4~5%대) 나는 10만5천원이 되는데, 경제성장률 g는 대략 지금 1~2%밖에 안되니(역사상 평균 성장률은 1.6%) 노동으로부터 얻는 수익률은 당연히 자본수익률보다 더디다는 것이지요. 쉽게 뭉뚱그리면 내가 뼈 빠지게 일해도 자본 있는 놈의 수익률은 못 따라간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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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낙수효과는 허구입니다. 우리는 아직도 환상을 가지고 있잖아요. '기업 하기 좋은 나라'가 되면, 성장의 파이를 키우기만 하면 비록 지금은 격차가 발생할지라도 나중에 골고루 다 배분될 거라는 환상 말입니다. 피케티는 뻥치는 거라고 단언합니다. 통계적으로 아무리 살펴봐도 상위의 부가 늘면 하위로 절대 내려오지 않는다는 거예요.  대기업의 부가 늘면 경영자 그룹만 좋은 거고, 그들만 더 잘살게 되는 거죠. 돈 번 비용을 또 재투자해서 그들의 부를 살찌우는 것이지 그 부가 퍼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전쟁이 일어나거나 사회 변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이것은 역사적 사실입니다. 결국 중소기업이나 우리 같은 소시민들에게는 대기업이 잘 나간다고 해서 뭐 남는 게 없어요. 그런데 잘난 우리나라는 기업 하기 좋은 나라 만들려고 노동 유연성의 혜택을 줘 쉽게 자르라고 부추기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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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 암울한 현실에서 무엇을 해야 되는 것일까요. 피케티는 제안합니다. 결국 세금입니다. 상속세와 누진 소득세 등으로 인위적으로 격차를 메꿔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약간 이상적인 제안이기도 하지만 모든 나라가 부동산, 금융자산 등의 모든 자산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누진자본세'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인위적 분배 정책. 그리고 합리적인 복지 정책 추진 이거 하지 않으면 부의 격차는 계속 벌어집니다. 부의 격차가 지금같이 계속 벌어지면 가진자 위주의 사회가 되니 민주주의도 무너질 것이기에 우리는 어떻게든 막아야 한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결국 소득률에 따른 세금 부과가 핵심입니다. 그리고 사이드로, 경제성장률이 자본수익률을 따라잡지는 못하겠지만 현실적으로라도 어떻게든 경제성장률을 올려야 합니다. 그러려면 인구 부양책도 이루어져야 하고, 교육에 대한 투자를 통해 노동생산력도 올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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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합니까. 그렇습니다. 저는 읽으면서 막연하게 여겼던 부의 격차를 수치와 경제 이론으로 현실임을 확인해가며 뜨악했습니다. 가진 자는 계속 더 부유하게 되고, 못 사는 사람은 계속 어려울 수밖에 없는 사이클이 미래임을 알고 참담했습니다. 제가 발을 담그고 있는 교육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좌절했습니다. 하지만 나름 확고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환상에 기대어 바라보지 않는 것, 그리고 부의 분배를 위한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원리가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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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만화로 읽고, 마치 700쪽이 넘는 원서를 다 읽은 것처럼 리뷰 해내니 제가 쓰면서도 어이가 없다고 느꼈습니다. 뭐 그래도 썼습니다. <만화로 읽는 21세기 자본>을 읽고 마치 다 읽은 것 같은 환상이 들만큼 책이 잘 정리되어 있고  좋아서 그랬습니다. 이 책 읽으면 <21세기 자본>을 읽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전공자가 아니면 누가 원서 그거 읽으려나요. 만화로 쉽게 읽으면서 <21세기 자본>의 중요 내용을 쉽게 알면 최고로 좋은 것 아닙니까. 이 책 만큼은 우기고 싶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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