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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서C Feb 14. 2016

2016. 세 번째 책

잡문

[에세이] 잡문 / 안도현 / 이야기가 있는 집


1.

안도현 시인은 지지하던 문재인 후보가 대선에 낙선하고, 본인은 검찰에 기소된 후 절필을 선언했었죠. 그렇지만 '시를 쓰지 않아도 시인'이라는 그의 말처럼 비록 시를 쓰지는 않지만 시와 같은 말로 트위터를 통해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었나 봅니다. 그런 140자 남짓한 트위터 글들을 모아 이 책을 펴냈네요.


2.

글들이 당연히 짧고 함축적이어서 시 같았습니다. 글인데 시를 읽는 기분이랄까요. 일본의 하이쿠 느낌도 나고요. 무엇보다 비록 현실을 벗어나려 칩거했지만, 글 속에서는 아직도 현실의 서글픔과 분노가 드러나있음을 알 수 있어서 결국 현실을 이야기할 시인이라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뭐, 개인적으로는 안도현 시인은 자연을 깊게 바라보며 따뜻하고 섬세한 시를 쓸 때 가장 멋져서요. 얼른 따뜻한 시를 써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세 번째로 읽은 책 안도현의 <잡문>이었습니다.



***** 

"내가 은근히 좋아하는 초등학교 2학년 꼬마시인이 한 분 계신다. "나무는 여름이면 매미소리로 운다"는 시를 썼다고 한다. 나보다 백배천배 낫다."(p13)


"당신과 나 사이 울음을 참으며 밤의 국경을 넘는 새떼가 있다."(p58)


"매미는 '맴맴'하고 울지 않는다. 매미는 '몇데시벨이라꼬? 몇데시벨이라꼬?'하며 운다.(p93)


"혹한을 이마로 뚫고 날아가는 저 새에게도 둥지가 있을 것이다.(p122)


"<연어>를 읽은 사람들이 물었다. 예쁜 글을 쓴 시인이 왜 정치에 관심을 가져요? 내가 말했다. 시인이니까 정치에 관심을 가지죠.(p119)


"느티나무 잎사귀가 빗소리 몇 점 받아서 방으로 들이밀어 준다. 고맙다. 나는 가만히 경청한다.(p154)


"변산반도 어느 골짜기에 변산바람꽃이 피어 있었다. 이름만 들었는데 직접 본 건 처음이었다. 그 꽃과 나 사이의 간격이 좁혀져 나는 감동했으나, 꽃에게는 엄청난 불행일 수 있겠다. 내 발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란 표정을 짓던 변산바람꽃."(p157)


"어제 아침에 울던 매미 오늘 아침 목소리가 달라졌다. 이놈 애인 생겼나 보다."(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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