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쾌한 서C Aug 27. 2016

2016. 열다섯 번째 책

세인트존스의 고전 100권 공부법

[교육] 세인트존스의 고전 100권 공부법 / 조한별 / 바다출판사


1.

꽤 화제가 되었던 영상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기자에게 질문 우선권을 주는데, 한국 기자 어느 누구도 질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질문권을 준 오바마 대통령이 '정말 질문 안 해?'라며 당황해합니다. 국제 현안에 관해 질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임에도 그것을 포기하고 중국 기자에게 빼앗기기까지 합니다.

https://youtu.be/fem5SG5YjaY


2.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최대한 기자 입장에서 생각해보았습니다. '내가 과연 제대로 버벅대지 않고 질문할 수 있을까? 오바마 대통령인데?' '내가 말하는 질문이 혹시 틀리지 않을까?' '내가 잘 몰라서 질문한다고 핀잔받지 않을까?'... 뭐 이런 생각들이지 않을까요. 무엇이 문제일... 아니 그러고 보니 이거 좀 어떤 상황과 비슷합니다. 내가 이제까지 받아왔던 교육시스템 속의 우리 모습과 말이죠. 사실 이런 문제는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학교 현장에서 매일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실제 지금도 현장에서 아이들은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질문하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듭니다. 그 시스템 속에 길들여져 왔던 어른들 역시 질문하지 않으니(질문의 중요성을 아는 선생님 집단에서도 모아놓으면 잘 질문하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질문이 손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으니까요) 뭐 아이들만 탓할 일이 아닙니다. 


3. 

그래서 <세인트존스의 고전 100권 공부법>을 읽었을 때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우선 책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세인트존스라는 대학은 미국 뉴멕시코주에 있는데요. 이 대학이 유명해진 건 바로 커리큘럼 때문이랍니다. 이 학교에서 들어가면서 학생들은 100권의 고전을 읽어야 합니다. 학기마다 정해진 고전 독서를 하고 학생들은 수업에서 내용을 가지고 토론을 합니다. 고전의 장점이 생각할 거리가 많고 토론의 여지가 많기에 충분히 다양한 맥락에서 수업이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그 토론 속에서 이루어진 생각과 논쟁거리에 대해 에세이로 정리하게 하는 거죠. 독서 - 토론 - 글쓰기가 정교하게 짜여 있는 거죠. 학생들은 대학 생활 내내 이러한 프레임 속에서 세상을 보는 시각을 갖추는 겁니다. 


4.

사실 대학이라는 곳이 지식을 전달하고 전수받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사회에 나서기 전 준비되어 있는 지성인을 만드는 곳이에요. 단편적인 지식은 요즘 같은 융합과 멀티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힘듭니다. 밖으로 나오면 사실 자신의 전공은 그다지 쓸모없는 경우가 많잖아요. 오히려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고 버틸 수 있게 만드는 능력은 바로 스스로 사고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며 그 창의성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때 생겨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차라리 세인트존스처럼 대학생에게 다양한 독서와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거리를 통해 토론 속에서 나와 다른 남을 이해하고 세상을 보는 눈이 커지지 않을까 합니다. 


5.

요즘 학교 현장은 학생의 배움에 점차 초점을 맞춰가고 있어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는 사람이 진짜 배우고 있는가를 보고 있는 거죠. 그렇게 하려면 학생들의 수업받는 양상과 행동을 관찰해야 하는데 그것이 교사 중심의 수업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프로젝트를 부여하고 그것을 스스로 해나가게 하고 다양한 토론 방식을 적용해보고 생산적인 글쓰기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긴 한데 아직까진 꽉 짜인 공교육 시스템 속에서 부딪힐 때가 많아요. 그래서 이 책을 읽었을 때 참으로 부러웠습니다. 나도 그런 곳에서 다니고 싶고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죠.


6.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봅시다. 왜 질문하지 않았을까요. 아마도 그건 주입식으로 짜여진 대한민국 시스템 안에서 살아온 우리들이 질문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색하고 불안한 상황이라고 느끼지 않았을까요. 질문의 경험이 없었을 겁니다. 토론의 경험도요. 아니 그전에 깊게 생각할 거리가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질문을 한다는 것은 알고 싶은 욕구에서 나오죠. 진짜로 알고 싶은 것을 발견하기 위해 질문하는 것이잖아요. 그렇게 보면 우리 기자들이 진짜로 알고 싶은 것이 없었을 수도, 아니면 혹시 눈치를 보며 없는 척하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







매거진의 이전글 2016. 열네 번째 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