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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서C Nov 21. 2016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2016. 스물네 번째 책

[문학]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 천명관 / 위즈덤하우스


1. 

다시 천명관이 돌아왔습니다. 으레 그렇듯, 서사로 무장한 채 말이죠. 지질한 수컷들의 이야기를 가지고, 그럴듯한 구라를 양념으로 자극적인 맛이 나는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예전에도 천명관을 말하면서 이야기만으로 서사를 이끌어가는 그 능력이 대단하다고 말했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에도 이야기 하나만큼은 감칠맛 납니다.


2.

그런데 말입니다. 너무나 자극적인가요.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 영화에서는 클리셰라고 하나요? 다른 책에서, 특히 영화에서 나옴직한 장면이 연달아 나옵니다. 물론 그 이야기의 나열을 꿰매는 것 자체가 작가의 능력이니 뭐 관점의 차이라고 해 둡시다. 이 관점의 차이가 이 책의 장단점을 만듭니다. 영화를 보는 듯한 스펙터클함과 영화식 유머를 원한다면 Good일거고, '책을 읽는 것은 사유하기 위해서', 또는 '책을 통해 삶을 돌아보고 싶어서', '소설은 이야기 너머의 그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은 당연히 Bad라고 주저 없이 말할 책이라는 겁니다. 실제 제 주위에 이 책을 읽은 사람들과 통계를 내 보니(독서토론모임을 하고 있습니다만^^;)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 책 중 하나였습니다. 


3. 

책 이야기를 해 보자면 무수한 남자들이, 그것도 지질한 남자들이 연이어 계속 등장합니다. 남자들이 많이 나오는 영화 생각해보면 으레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조폭 영화... 앗 실수했습니다. 조폭 소설입니다. 이 지질한 조폭들이 서로 얽히고설키는데, 개연성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뭐 그냥 팝콘 영화 볼 때 우리도 종종 생각을 던져 버리고 영화를 보듯이, 이 소설도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읽으면 쑥쑥 읽히는 웃긴 소설인 거죠. 소설이 끝날 때쯤 각 지역의 조폭들이 한 장소에 모여 난장판을 벌이는 데 이것 역시 매우 낯익은 장면인 거예요. 흔하디 흔한 클리셰로 이루어져 있죠. 


4. 

천명관 작가는 어디서 들어봄직한, 영화에서 봄직한 이야기들을 대 놓고 가져왔습니다. 낯설지 않은 이야기들이라 읽기가 매우 쉬어요. 더욱이 최고의 이야기꾼인 천명관 손을 거치니 재미없을 리가 없죠. 결국 이 책 나름 선방할 것 같긴 한데...


5. 

개인적으로는 천명관의 <고래>를 읽고, 그의 압도적인 이야기에 매료되었었는데, 이제는 접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굳이 천명관 소설은 찾아서 읽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이야기만으로 서사를 이끌어가는 그에게 큰 기대가 있었는데, 그 기대가 좀 무너졌다 할까요. <고래> 서평에서 썼던 내용을 그대로 다시 써 보면 '훌륭한 이야기꾼이라고 해서 훌륭한 작가라고 할 수 없음'이 아직도 유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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