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은 멋있다/공선옥/창비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책을 고르는 방식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책 디자인이나 표지가 마음에 들면 우선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책을 고르는 기준 중 제형이나 표지, 스타일을 보는 것은 단순히 취향의 문제를 넘어 선택의 하나의 지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과정상에도 책을 고르는 방식에 '표지를 보고 고르기'가 나와 있고, 이는 수업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된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의 첫 만남'이라는 카테고리를 걸고 이쁘게 디자인하여 청소년들이 쉽게 집을 수 있도록 청소년들을 위한 단편소설을 묶어 낸 창비출판사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예쁘게 재포장해서 내놓으면 잊혀가고 있는 우리 작가들의 단편 소설들이 다시 읽힐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소설을 어려워하거나 책 읽기라면 손사래를 치는 아이들에게 좋은 작품들에 접근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주는 것이니 출판사의 소임은 크게 다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나부터도 스타일리시하게 잘 포장된 선물 상자를 집어 든 것 같은 느낌을 받았으니깐.
공선옥 작가의 <라면은 멋있다>는 '소설의 첫만남' 시리즈 중 첫 번째 책이다. 집이 가난한 민수는 여자친구 연주 앞에서는 가난을 숨긴다. 그때의 아이들이 겪는 '가난을 부끄러워하기 시작하는' 시기니 그럴 만도 하다. 연주 역시 가난하지만 연주는 그런 가난을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고 열심히 살아간다. 그리고 민수의 거짓말이 한없이 자연스럽도록 편하게 민수를 대한다. 문제는 민수가 연주에게 생일선물로 멋진 코트를 사준다는 거다. 사랑 앞에서 민수는 가난을 뛰어넘는 호기가 생긴다.
이야기를 따라 읽으면서 독서를 포기했거나 소설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소설로 시리즈를 기획했다는 호기로운 출판사의 자체 평에 긍정했다. 무엇보다도 쉽게 편히 읽힌다.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지 호기심이 생긴다. 80페이지도 안되는 단편 소설에 산뜻하고 풋풋한 일러스트는 H2 같은 만화를 읽는 듯한 산뜻함도 준다. 그렇다고 해서 공선옥 작가의 소설이 가벼울 리 없다. 사랑 앞에서는 누구나 공평하다. 공선옥 작가는 '가난한 자'지만 얼마든지 씩씩할 수 있음을, 우리 모두는 다 그런 순수함과 따뜻함이 있음을, 적어도 라면은 '맛'있기도 하고 '멋'있기도 하다고 소설에서 말한다.
문학교육의 목적은 문학을 사랑하는 평생 독자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평생 독자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의 방식과 제언은 여럿일 테지만 그중 하나는 어렸을 때부터 시와 소설로 대변되는 텍스트를 친숙하게 여기는 것에 있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환경이나 성향에 따라 자연스럽게 책과 생활했던 사람들이야 평생 독자가 될 것인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어찌 친숙하게 느끼게 해야 하는가는 모든 문학 교육을 하는 사람들의 고민이다. 도서관으로는 끌고 갈 수는 있는데 소설의 재미와 흥미는 어떻게 맛보게 해줄 수 있는 것인가. 이에 대한 여러 이론적 연구와 현장에서 각개 전투의 노력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렇다면 이 '소설의 첫만남' 시리즈가 평생 독자를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을까. 적어도 첫 번째 책인 <라면은 멋있다>는 그 기대에 부응할 듯하다. 읽는 어른 독자인 나도 이 좋은 단편 소설을 읽고 다른 소설들도 더 읽고 싶어졌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