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짐하게 차려진 식탁 앞에 여자와 엄마가 마주 앉아있다.
여자 무슨 날이야?
엄마 이것아, 네 몰골 좀 봐! 내가 이렇게 안하게 생겼나.
여자, 말없이 엄마가 한 음식을 먹는다.
엄마 병원에선 뭐라니?
여자 별거 아니래.
엄마 (여자 쳐다보면) ...
여자 자궁에 염증 정도... (얼버무리는)
엄마도 음식을 먹는데, 젓가락을 쥔 엄마의 손이 후들거린다.
의사(E) 지금은 일단 수술이 급해요!
엄마가 배를 아파하며 땀을 뻘뻘 흘린다. 그런 그녀를 아무렇지 않게 보며, 음식을 먹는다.
여자 (관객을 보며) 어쩌면 저는 즐기고 있는지 몰라요. 그녀의 병을 방치하면 방치할수록 제 증오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여자 (무덤덤하게) 누가 이런 거 하래?
엄마 50대면 한창인데..(훌쩍이는) 나 내 병 알아.
여자 !!!
엄마 너한테 왜 숨겼냐고 안 따질란다. 고칠 생각도 없으니까. (여자를 보는) 그나저나 박 서방... 빨리 정리해!
여자 내가 알아서 해. (침묵) 수술 날짜 잡을거야.
엄마 수술 안 한다.
여자 왜?
엄마 나더러 자궁 없이 살라고? 그 모습으로 누구한테 떳떳할 수 있겠어?
여자 (한숨 쉬는) 그럼, 죽으려고?
엄마, 숟가락을 내려놓고, 일어서는데 어지러운 듯 비틀거린다. 넘어지면서 엄마의 손이 식탁에 있는 음식들을 쳐서 반찬 몇 개가 바닥에 떨어진다. 여자, 일어나 행주로 식탁의 어질러진 부분을 한 번 훔치다가 화가난 듯 박박 닦기 시작한다.
여자 (닦기를 멈추는)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데!!! 내가 뭘 얼마나 잘못했길래 그러는데!!!(소리 지르는)
엄마 너 내가 그렇게 밉니?
여자 ...
엄마 (멍한) 나도 니가 미웠다.
여자 (엄마 쳐다보는)...
엄마 나도... 내 발을 묶은 니가 미웠어.
여자 그거 알면 차라리 떠나지 그랬어? 대체 남아서 나한테 뭘 줬다고!! (이를 악무는) 상처밖에 더 줬어? 근데 왜 날 미워하기까지 하냐구!(소리 지르는)
엄마 엄마잖아. (다른 곳 보는) 엄마라서...
여자 (말 끊는) 허! 엄마라서? 한 평생, 자식보다 딴 남자를 더 챙겼으면서. 엄마라서?!
엄마 (고개 돌리는) ...
여자 엄마라면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그 아저씨보다 날 더 챙겼어야 하잖아! 엄마라는 사람이!! (울컥 하자 뒤돌아서는)
개수대 쪽으로 가서 행주 던지며, 눈물이 나오려고 하자, 싱크대를 잡고, 이를 악 무는 여자. 가슴이 답답한 듯 가슴을 탁탁치며 쓸어내리다가, 갑자기 뒤돌아보고 엄마 노려보는
여자 남의 가정 파국으로 몰고, 지금 벌 받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