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능소화

by 일향지

집 밖에는 여자가 핸드폰을 찾기 위해 황급히 집 쪽으로 달려오는데, 집 앞에 음료수 박스를 들고 서 있는 아저씨가 여자의 앞을 가로막는다.


아저씨 아내가 위급한 상황을 넘겼어요. 제대로 인사를 못 드린 것 같아서 실례되는 줄 알면서도 찾아왔어요. (음료수 박스를 내밀며) 저 이거라도...
여자 (한숨을 내쉬며 박스를 밀어내는) 이런 건 안주셔도 되고요. 부탁이 있습니다.
아저씨 (여자 바라보는) ??
여자 (차갑게) 엄마 곁에서 떠나주세요!
아저씨 ???!!!
여자 (냉담한) 엄마 농락하지 말고 제발 떠나달라고요!
아저씨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우린 오랫동안 알아왔고, 당신 아버지와 저도 오랜 친구사이...
여자 (아저씨를 바라보며 단호한) 아니요. 그런 말 필요없습니다. 부탁입니다.


집안에서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능소화 화분에 물을 주는 엄마, 배가 아픈 듯 인상을 구기며 아랫배를 만지는데…. 통증도 잊은 듯, 다시 아까의 근심 가득한 표정이 된다. 그때 비번 누르는 소리와 함께 여자가 들어온다.

여자 (짜증난) 그 화분 버리라니깐!
엄마 (뒤돌아보는) 저것은 들어오자마자 성질이야!


가방을 소파에 놓고, 한숨을 푹 쉬며 앉는 여자.


여자 나랑 얘기 좀 해!
엄마 그래, 나도 그러고 싶었다.
여자 (뭔 소린가 싶다가 다시 정신 차리는) 그 아저씨랑 대체 어떤 사이야?
엄마 (또 왜 이러나 싶은)...
여자 평생 왜 이렇게 끌려다니는데? 그 아저씨 부인 생사엔 왜 또 그렇게 인간적인데?
엄마 (무슨 말을 하려다 멈칫하는)...
여자 그 아저씨 아깐 나한테 와서 되도 않는 변명을 하더라! 아빠랑 친구? 엄마와는 그냥 오랫동안 아는 사이?
엄마 맞는 말이야. 그리고 내가 그러는 데는 다 사정이 있고!
여자 기도 안차! 친구의 여자와 바람까지 났으면서 어떻게 거기다 친구란 말을 붙여!
엄마 (흥분한) 다 네 아빠 죽고 나서 일이야!
여자 그럼, 바람난 여자한테는 벌써 몇 년째 장난치는 거야? 정말 좋아했다면, 진작에 아내 버렸어야지!
엄마 아픈 아내 두고 떠나지 못하는 사람이야!
여자 둘이 도망가려고 했을 때는 그 아내 멀쩡했을 거 아냐! 왜 그땐 그 아내, 버리지 못했는데?
엄마 그땐 나한테 어린 니가 있었잖아!
여자 내 핑계 대지마! 가증스러워!
엄마 !!!
엄마 잘 모르면서 함부로 말하지 마!
여자 정말 좋아하면 자기 가정 이미 깼어.
엄마 너는 어쩜... 남의 가정 깬다는 소리가 그리 쉽게 나오니? 너도 그런 처지면서!
여자 (뭔가 싶은) ???
엄마 박 서방한테 여자 있는 거 다 안다!
여자 (놀라서 엄마 쳐다보는)...
엄마 독한 것! 그걸 나한테까지 숨겨? 암튼, 박 서방 마음 떠났으면... 그냥 보내줘라!
여자 (엄마 노려보는) 참... 쉽게 말한다.
엄마 (담담한) ...
여자 (손을 부들부들 떠는) 딸이 애처롭지도 않아? 내가 이렇게 된 게 마음 아프긴 해?
엄마 (답답한)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야! (중얼대는) 마음 떠난 남자랑 사는 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데...
여자 (엄마를 노려보며) 그걸 가해자에게서 직접 들으니 공감이 안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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