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능소화

by 일향지


여자, 소파에 앉아서 핸드폰을 보고, 못 믿겠다는 듯이 눈을 찡그린다. 그때, 보조키를 누르고, 집 안으로 들어오는 엄마.


여자 (눈을 의심하며) 일십백만천만십만백만천만. 뭐? 3천 만원? (소파에서 일어선다.)
엄마 사랑하는 우리 딸~!


엄마가 술취한 듯 비틀거리며 여자 쪽으로 걸어와 여자를 껴안으려는데, 여자, 화난 표정으로 그런 엄마를 세게 뿌리친다.


여자 (화난) 약값이 3천만원이야?
엄마 아.. 그거? 히히.. 너 돈 꽤 많이 모아뒀더라. 갚을게! (여자 보며 웃는)
여자 (엄마 노려보는)...


엄마, 여자가 노려보면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고개를 돌린다.

엄마 갚는다니깐!! 너 돈 궁한 거 아니잖아.
여자 그거 내가 집 사려고, 먹을 거 안 먹고, 입을 거 안 입고 모아둔 돈이야. 곧 필요한 돈이라고!
엄마 갚을게. 갚아!(당당한) 없으면 니 아빠 연금 네 앞으로 다 돌려서라도 갚을게!
여자 허! 참. 나한테 그 돈 주면 생활은 어떻게 해갈건데? 그리고 갚는다고 하면 다야?
엄마 (자존심 상한) 어떻게든 갚는다니깐. 너! 모녀지간에 정떨어지게 이럴래?
여자 (말 자르는) 그걸 대체 그 아저씨는 왜 주는 건데?
엄마 (정신이 버쩍 드는) !?
여자 레스토랑에서 봤어.
엄마 !!
여자 그 아저씨 아직도 만나는 거야?
엄마 (외면하는)...
여자 (갑자기 생각난) 혹시 그 아저씨한테 보증서서 집 날린거야?
엄마 ....
여자 응?
엄마 이 지지배가.. 그거 네 집 아니잖아. 그리고 오늘 빌린 돈은 내가 갚는다고 했고!

씩씩대는 여자. 그런 여자를 뒤로하고 방으로 들어가다가 갑자기 화난 듯 뒤돌아서는 엄마

엄마 너! 근데 내가 누굴 만나던 말든 돈을 퍼주든 말든 왜 이렇게 말이 많아!
여자 어떻게 그렇게 뻔뻔해? 왜 평생 자기밖에 몰라? (노려보는) 꼭 내 돈을 그 아저씨한테 줘야했어?
엄마 ???
여자 아빠 죽기 전부터 만난 아저씨잖아. 난 아빠 딸이고. 죽은 아빠한테는 뭐라고 변명할 건데?
엄마 나, 니 아빠 생전에 부끄러운 짓 한 거 없어!
여자 그럼, 동네에 그 아저씨랑 불륜관계라고 소문난 건 어떻게 해명할건데?
엄마 동네 말 많은 것들이 말 만들어낸거야. 내가 예뻐서 남자들이 꼬이니까 그걸 시샘하는 년들이!
여자 (어이없는) ...
엄마 나도 동네 되도않는 것들한테 오해나 받고, 얼마나 억울했는지 알아?
여자 괜히 오해해? 솔직히 동네 아저씨들한테 끼 부리고 다닌 거 사실이잖아!
엄마 끼라니! 그냥 그들이 나한테 잘해주니까 편하게 대한 걸 가지고! 여자, 의심의 눈초리로 엄마 다시 노려본다.
엄마 암튼, 그 사람 마누라까지 살아있는데, 그 사람이랑 뭘 하겠어? 너! 나 못 믿어?여자, 화를 억누르며 엄마를 노려본다.


엄마가 정지된 상태에 있으면, 여자가 관객을 향해 다가온다.


여자 (관객을 보며) 보통의 엄마는 ‘희생의 아이콘’ 아닌가요? 저 여자 모성은 대체 왜 그럴까요? 저는... 저도 제가 이해가 안 됩니다. 또 뭐에 홀린 건지 며칠 후, 그녀를 또 도와줬거든요. 병원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데, 그녀로부터 전화가 온 겁니다. 그녀가 흐느끼며 말했죠. “아픈 친구가 있어. 마지막 부탁이야.” 저는 생각할 겨를 없이 병원 직원 특혜를 이용해 급히 그 친구라는 분의 수술일정을 잡아줬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란 사람이 누구였는지 아세요? 바로, 그 아저씨의 부인이었던 겁니다. (한숨)


여자. 감정이 끓어올라, 핸드폰을 소파 위에 던져두고 퇴장. 엄마가 휘파람을 불며 집안 청소를 하기 시작한다.


엄마 (중얼중얼) 네가 그렇게 까칠하게 굴어도 넌 어쩔 수 없는 내 딸이다. 엄마가 원하면 돈도 빌려줘. 부탁도 들어줘. 후후... 그때 소파 위에서 울리는 여자의 핸드폰 벨소리. 전화를 받으려고 보면 벨이 끊기고, 엄마가 뒤돌아서려고 하면 문자음이 들린다.

엄마 (핸드폰 보며) 이것은 왜 이렇게 흘리고 다녀? 뭐? 남편? 우리 사위네. (볼지말지 고민하다 본다)

(궁금한 듯 문자를 읽는) 법.원.에 언.제.갈.수.있.어?

뭐, 법원? 이게 뭔말이야? 잠깐 이전 것도 보자...

(문자를 읽으며 놀라는) 나 당분간 나가 있을 게. 네 얼굴 못 볼 것 같아. 내가 다 미안해. 근데 어쩔 수 없다. 이해해줘. 너도 새 인생 시작해. 널 위해서 하는 말이야.


망연자실하는 엄마. 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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