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능소화

by 일향지

베란다에서 엄마가 신나게 능소화 화분에 물을 준다. 여자는 쇼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다.


엄마 (화분에 물을 주는) 난 옛날부터 이상하게 이 꽃이 좋더라! 이 꽃 나 닮지 않았니? 호호호. 꽃이 참 화려하고 뜨거워 보인단 말야!
여자 그거 버리라니깐!
엄마 얘는 이렇게 예쁜 걸 왜 버리니? 이걸 박살까지 내놓고... 참 이상한 애야.
여자 (못마땅한)...

여자는 일어나 코트를 집어들고 현관문을 열고 나간다.

엄마 (못마땅한) 저것은 오면 왔다, 가면 간다 인사도 안하고...


엄마는 소파 쪽으로 와서 매니큐어 상자에서 매니큐어를 꺼내 손톱에 바르며, ‘후후’ 바람을 분다. 그때, 여자가 다시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서 뭔가를 찾는 듯 두리번댄다. 엄마는 여자의 꼬질한 베이지색 코트에 묻은 김칫국물, 삐쳐나온 여자의 머리카락을 주시한다.


엄마 (말 자르는) 너는 너는... 하고 다니는 꼴 하고는... 젊은 애가 그게 뭐냐? 내가 너만할 땐 너보다 훨~씬 예뻤다! (손톱 후후 부는)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표정이 싹 바뀌는 엄마. 여자는 엄마에게 대꾸 없이 쇼파 위에서 핸드폰을 찾아 무표정하게 현관쪽으로 가려는데


엄마 (번뜩이는) 예쁘긴 너도 지금 예쁘지만... 너 근데... (머뭇거리는) 돈 좀 있니?


현관을 나가려다 말고, 엄마를 보는 여자.


여자 왜?

엄마 (불쌍한 몸짓)

여자 어디에 필요하냐고.
엄마 쓸데없는데 안 써.
여자 말해도 될까 말까야.


엄마, 잠시 고민한 후에 뭔가 생각난 듯 눈을 반짝인다.


엄마 (자신의 어깨를 주무르며) 나이드니 몸 이곳저곳이 아파. 나 한약 한 첩 좀 해먹으면 안 될까?(칭얼대듯)


여자가 엄마 보면, 불쌍한 눈으로 여자를 쳐다보는 엄마. 여자, 의심의 눈으로 바라본다.


엄마 (존심 상한) 내가 네 돈 떼먹을까봐? (강하게) 내가 일 구하면 갚을게!


여자,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쥐고 고민하는데, 여자의 손에서 카드를 잽싸게 낚아채는 엄마.


엄마 호호호. (사이) 참, 네 병원 근처에 괜찮은 레스토랑 없니?


그때 여자의 핸드폰에 카톡 알림음이 들리고, 카톡을 확인하는 여자.


친구(E) 오늘 어디에서 만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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