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능소화

by 일향지

여자가 한 꽃집 문 앞에 서서 간판을 올려다보며 멈칫한다. 결심이 선 듯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 꽃집 내부를 둘러보다 꽃집 주인과 눈이 마주친다.


주인 (상냥한) 어떤 꽃 찾으세요?


여자, 주인을 노려보는데 주인은 당황해한다. 여자가 정신을 차리고 보면 수많은 화분 중 눈에 띄는 능소화 화분. 여자가 그 쫓을 가리키면 주인이 그 꽃 한단을 가져가 포장한다.


주인 (포장하며) 실외용이죠? (상냥한)

여자 (침묵)

주인 이 꽃... 이렇게 화려하고 예쁜데, 평생 한 남자를 기다리다가 이렇게 변했다는 얘기가 있어요.

여자 (이를 악물며) 이 꽃을 기다리게 한 사람들... 저주 받을 거에요.


섬뜩해하는 주인을 보며 여자는 분노를 삼킨다. 그때, 주인의 딸이 주인에게 달려와서 안아달라는 포즈를 취한다. 여자는 주인이 딸을 안는 장면을 바라보며, 잠시 멍해한다. 꽃집에서 나와 화분을 한 손에 들고 생각에 잠긴 채 집을 향해 걷는 여자. 집 앞 전봇대 근처에 선다. 멈춰서 화분을 버리려고 하는데, 핸드폰 벨소리가 울리고. 여자는 화분을 버리려다말고 핸드폰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온다.


엄마(E) 모레가 니 아빠 기일인 건 알고 있지? 너 그날, 병원은 월차 좀 내야겠다.

여자 (짜증난) 내 사정은 생각 안 해? 왜 만날!(한숨 쉬는)


핸드폰을 끊는 여자. 화분을 든 채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관객을 본다.


여자 (관객에게) 엄... 아니 그녀는 늘 그런 식이에요. 그녀가 곧 집에 오겠죠? 아, 지긋지긋한 신경전이 시작될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화분을 보는) 근데 왜 제가 이걸 아직까지 들고 있는 거죠?


화분을 노려보다 감정이 끓어올라 화분을 내동댕이친다. 그때 들리는 초인종 소리. 여자가 어찌할 바 몰라서 멈춰 서 있는데, 소리가 다급하게 계속 울린다. 급기야 보조키를 누르고 문을 여는 엄마. 커다란 짐 가방을 들고 들어와 현관에 널브러져 있는 화분을 보고 깜짝 놀란다.

엄마 어머, 이건 뭐야?
여자 (엄마의 짐 가방을 보며) 이건 뭔데?
엄마 (짐 들고 거실로 들어오는) 나 당분간 여기에 좀 있어야겠다.
여자 (시니컬한) 왜? 집은 어쩌고?
엄마 집 날아갔어.(시선 외면하는)
여자 !!
엄마 보증 좀 섰더니만...(시선 돌리는)
여자 (놀라는) 누구한테?
엄마 넌 몰라도 돼!(무시하는)


거실로 들어가는 여자. 엄마가 소파로 가서 앉는 모습을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노려본다.


엄마 (여자를 보며) 너 눈빛이 왜 그래? 그거 엄연히 내 명의로 된 내 집이다. (똑바로 보는) 나 여기 좀 있겠다는데, 내 집에서 20년간 얹혀산 네가 날 그런 눈으로 보면 안 되지. 대학병원에 취직할 정도로 키워줬더니만.


허리 부근을 짚으며 인상을 찡그리는 엄마. 그러다가 여자의 시선 느껴지면, 다시 주변을 둘러보며 여자의 관심을 분산시키려 한다.


엄마 (현관을 보며) 근데 저 화분은 왜 저렇게 박살이 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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