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우철의 핸드폰에서는 봉일의 번호가 가장 많이 발견됐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 발견된 번호는 뜻밖에도 민정의 번호였다. 약혼녀로 알려진 문지애라는 여자와는 짧은 문자 메시지와 통화의 흔적만 있을 뿐이었다.
봉일은 우철의 사건 이후 저녁마다 내게 전화를 해왔다. 처음 전화가 왔을 때 그의 목소리는 뭔가를 크게 잃어버린 것처럼 황량했다.
“하루 종일 마음이 안 잡혀서. 여밖에 말할 데가 생각 안나서”
“네. 이해해요.”
“글마가 글케 되고 나서부터 자꾸 이상한 생각이 드네요. 글마가 순애보여서 지애씨와 결혼하려고 했던 건지.. 글마가 지애씨를 먼저 안 건지 지애씨 집안을 먼저 안 건지...”
“두 분이 오랜 친구라고 들었는데….”
“30년 됐죠. 척 하면 탁하는 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내가 왜 글마 그런것도 몰랐는지.”
봉일은 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어했다. 나는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민정이랑 배 원장님과의 관계는 알고 계셨어요?”
“몰랐지요. 병원에 몇 번 찾아온 적은 있는데, 우철이 환자라 별로 관심을 안줬습니다. 의심도 안했어요. 현지씨도 알다시피 글마가 사실 여자들한테 살갑진 않은 편이라”
나는 봉일에게 내가 마주한 우철의 이면에 대해선 차마 알리지 못했다.
내가 우철을 개인적으로 접한 건 영업 관리 차원에서 그 건물의 병원들을 돌고, 약국을 들러 비타민제를 먹으며 민정과 잠시 수다를 떨고 나오는 일을 일상처럼 행하던 어느 날이었다. 건물을 나오는데 우철에게 만나자는 전화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