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모든 것들의 고백 <마이펫의 이중생활>
"우리 ○○이 엄마가 안 보여서 슬펐어요? 미안해요. 안아달라고요? 알았어요."
부모들은 말 못 하는 갓난아기들의 감정을 자기들 마음대로 해석하고, 마치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자신들의 언어로 얘기한다.
나 역시도 딸아이가 갓난아기일 때 울음이나 웃음소리, 미묘한 표정 변화 등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아이의 감정을 내 맘대로 해석하곤 했다.
그땐 엄마로서의 최선이었지만 사실 아기의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어이없고 황당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이가 말만 못 했지, 다 알아들으면서 속으로 비웃고 있는 거 아냐? 아이고 이 초보 엄마야 그 말이 아니라고요. 이러면서.'
하루 종일 당신만 기다리며 보낼 것 같죠?
천만에!
영화 <마이펫의 이중생활>은 다양한 펫들이 자신의 주인들이 집을 비운 사이, 주인 앞에서 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의 이중생활을 할지도 모른다는 상상에서 출발한다. 영화 <토이스토리>가 떠오르는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만한 상상, 그러나 상상 그 이상의 기발한 스토리가 폭소를 자아내는 영화다.
성난 펫들의 이유있는 일탈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흠뻑 빠져버린 귀여운 다중이 돌아이(?) 캐릭터의 진수를 보여준 토끼 '스노우볼'.
말 많고 산만하고 사나운 듯 "길들여지지 않아!"를 외치는 소외받은 펫들의 행동대장이지만 알고 보면 자신을 사랑해 줄 누군가를 원하는 귀여운 반항 펫!
주인들에게 버림받은 성난 펫들의 삐뚤어진 일탈들에게서 가족과 사회에서 버림받고 소외된 아이들의 반항끼 가득한 역설적인 몸짓들이 생각났다. 소위 '문제아' 라 불리는 아이들도 태어날 때부터 문제아는 아니었음을.
'무엇이 그 아이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그들의 입장이 되어 본 적 있나요?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아마도 자신들의 외로움을 채우기 위함일 거다. 하지만 정작 반려동물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만큼 이기적인 행동이 또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사회생활을 위해 사람들이 집이 비우는 동안 반려동물들의 외로움과 기다림의 시간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 해본 적 있나요?
이쯤 되면 차라리 영화에서처럼 동물들이 그들의 동거인들이 집에 없는 시간엔 동네 친구들을 모아 수다도 떨고, 파티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소외된 모든 이들은 외롭다, 그리고 외친다 "나 좀 사랑해줘~!"
애완동물들은 대게 조그맣고 귀여운 아기일 때 누군가의 가족이 되고, 영원할 것 같은 사랑 속에서 애지중지 키워진다. 하지만 늙고 병들거나, 주인의 사정에 의해 버려지기도 하고 원하지 않는 이별을 하게 된다.
정말 그들이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면 늙고 병들었다고 버릴 수 있는가?
예쁘지 않다고, 말썽을 부린다고 타인에게 보낼 수 있는가?
키우기 시작했다면, 아니 함께 살기로 결심했다면, 겉모습만 번지르르하게 치장해 주는 대신 가슴으로 그들을 아껴주자.
오늘도 우리의 펫들은 온 몸으로, 눈빛으로 당신에게 고백하고 있다. "나를 사랑해 주세요!"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딸이 말했다.
"엄마, 나 강아지 키우면 안 돼? 키우게 해주라."
"우리 집은 강아지 키우기엔 너무 좁고, 엄마는 잘 돌봐줄 자신이 없어. 영화 못 봤어? 우리가 집에 없을 때는 강아지가 엄청 외로울 수도 있거든. 그렇게 외롭게 할 바에야 안 키우는 게 나아."
"아냐. 영화처럼 우리가 없을 땐 걔네들도 몰래 친구들도 만나고 파티도 할지 모르잖아. 안 외로울 거야."
'이 영화 괜히 봤어. 난 아직 사랑할 준비가 안됐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