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려운 때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기다려야 한다, 버텨야 한다,는 말도 쉽게 들려온다. 계속해서 접하는 기다리자,는 말에... 어릴 때 화산 모형을 만들고 행성을 관찰할 때와 좀 더 커서 세포를 들여다보고 드라이아이스로 얼음 장미를 만들던 일이 생각났다. 그렇게 기다리는 자세를 조금씩 익혀온 걸까. 나는 사진을 찍을 때 단순히 일상을 기록하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급하게 여러 번 누르기 보다 조금이라도 호흡을 가다듬으며 천천히 내가 원하는 순간을 담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전문 사진작가만큼은 아니다. 그저 지나가면서 혹은 잠깐 멈춰 셔터를 콕콕콕 누르고 가는 이들보다, 사진을 찍으려는 곳에서 좀 더 머물 뿐이다. 그 주변을 좀 더 두리번거리며 돌아볼 정도다.
그러고 보면 전문 사진작가는 얼마나 신중하고 섬세한 이들인가. 그들이 반나절 꼬박, 하루 꼬박, 몇 개월 그리고 몇 년 몇 십 년을 제 집 드나들듯 오가며 담아낸 작품들을 생각해 본다. 일출과 일몰과 윤슬과 슈퍼문과 개기월식 등 빛이 더 빛나는 순간을 잡으려는 작가의 기다리는 마음을 그려본다. 이런 작가들의 작품 중에는 우연히 카메라에 담은 뜻깊은 찰나도 있겠지만... 사진에 담을 곳을, 엑셀로 해외여행 계획을 분 단위로 촘촘히 짜내듯, 작가들이 출사 전 자료 검색을 철저히 하고 가 원하는 대로 담아낸 모습도 있을 것이다.
출사 중의 기다림은 말이 필요할까. 단 한 장의 사진을 생각하며 온 이들이 인증샷을 남기듯 급하게 셔터만 툭 누르고 돌아서는 일은 드물 것이다. 일부러 찾아간 맛집에서 오리지널 맛과 그 집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식을 도전하는 건 물론 평상시 좋아하는 요리까지 더해, 자신이 먹을 수 있는 양 보다 더 많은 걸 고집하게 되는 마음과 무엇이 다를까. 먹고 싶은 요리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맛보고 내가 좋아하는 양념을 더하거나 다른 반찬이나 요리를 더해 또 다른 형태로 맛보는 행위 그 과정에서 달라지는 기분 그것을 즐기는 마음, 그 노력들과 무엇이 다를까.
여기에 맛집 여행과 사진의 공통점이 있으니 그 바람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다려야 한다는 것. 내가 그린 바탕이 그려지는 때를 기다려야 하고, 내가 더 좋아하는 디테일이 이루어지도록 특제 소스가 더해지는 때 혹은 내가 그 순간을 인위적으로 그려내는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
그런 마음으로 직장인의 삶 속에서 이따금 여행을 하게 되면 그때를 좀 더 느긋하게 기다리려고 한다. 위 숲속 사진도 그 과정 중의 일부였다. 둥그스름하게 돌아가는 길과 불규칙한 길이 좀 더 선명하게 보이길, 사람들의 몸짓에 더 눈이 가도록 차가 멈추길 혹은 빠르게 지나가길, 노부부가 한가운데 자리 잡은 나무 앞에 가 쉬기를, 모녀가 눈길 아닌 길 위에 순방향과 역방향으로 자리 잡아 주길... 기다려본 시간. 내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이를 담는 과정은 즐거웠다. 나와 지인들이 내가 그린 그림대로 가서 자세를 잡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내 바람이 바람으로 끝난 것 자체도 좋았다. 언젠가 이게 정말 우연하게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을 찍는 날은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으로.
그런 까닭에, 카메라를 들면 좀 더 천천히 걷고 보며 돌아가려 한다.
그렇게 기다려야 얻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기다리고 기다리며 찍어야 담아지는 사진 속 메시지
그리고 사진 밖 실제의 즐거움까지.
요즘 어려운 때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기다려야 한다, 버텨야 한다,는 말도 쉽게 들려온다. 계속해서 접하는 기다리자,는 말에... 내가 원하는 때를 기다리며 사진을 찍던 중 한 마디 더해보고 싶었다. 기다리되, 준비하자. 천천히 멀리 또 가까이 바라보는 연습을 하자, 내가 바라는 형상을 그려보자, 할 줄 아는 일도 계속해서 해보자... 그리하여, 당신이 일어설 때가 왔을 때 갑작스러운 도약에 지쳐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몸으로 길들인 습관이 매일 먹는 밥상을 대하듯 힘든 일도 아무렇지 않게 해나갈 수 있도록. 기다리자, 기다리되 준비하자. 당신의 즐거운 내일을 위해. 내 일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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