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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그 Mar 22. 2023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하다

휴대폰 없이 외출을 못 하듯 카메라 없이 집을 나서지 못한 적이 있었다. 매일 차던 시계를 놓고 오더라도, 지갑 없이 카드 하나만 달랑 주머니에 넣고 나와도 어찌어찌 집 밖 생활을 했다. 그러나 카메라를 놓고 온 날엔 집에서 꽤 먼 곳까지 왔더라도 꾸역꾸역 다시 집으로 돌아가 카메라를 들고나왔다. 그날 단 한 장의 사진을 못 찍더라도 말이다. 아침에 커피를 못 마시면 하루 종일 기운 없듯 카메라는 내게 그런 존재였다. 그런데...



이제는 스마트폰만 들고 집을 나서는 날이 많아졌다. DSLR이 무거워 가볍고 작은 하이브리드 카메라를 자주 사용하지만 그 조차 무거운 듯해 외출을 하더라도 챙기지 않을 때가 있다. 심지어 네이버 인플루언서 콘텐츠 제작 제안이 오더라도 현장에 스마트폰과 추가로 기록할 기기만 챙길 때가 많다. 보통 이런 자리엔 너도나도 휘황찬란한 카메라 장비를 가져오는 이들이 많기에, 미팅이나 촬영 당일 연락을 했던 담당자는 내 손에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은 걸 보고 카메라는 안 가져오셨냐, 물을 때도 있었으나, 콘텐츠를 채널에 업로드한 걸 본 뒤에는 별말이 없더라. 이 모든 게, 스마트폰의 카메라 성능이 좋아진 덕일 터.


그렇다. 내가 사진 찍은걸, 큰 사이즈로 사진 인화하거나 인쇄물을 제작하거나 혹은 디지털 사진을 크게 확대해서 보지 않는 한, 일상을 기록하기 위한 대다수 사진은 최신 스마트폰으로 촬영해도 충분하다. 다른 이들이 보기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또 사진 속 메시지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구도를 잡고 빛의 각도나 양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다면,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히 감성 사진을 남길 수 있다. 특히 위 사진처럼, 고속도로 정체 상황에서 차를 아예 멈출 수도 없는 애매모호한 순간에 꼭 기록하고 싶은 장면이 있다면,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하다. 단, 운전을 하는 중이라면 사진 촬영을 참아야 하겠지만.


그래서 사진을 잘 찍어보고 싶다 하는 분들 중 스마트폰으로 구도도 제대로 잡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면 먼저 카메라 쇼핑하는 걸 말린다. 우선,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합니다, 스마트폰으로 어느 정도 연습하신 뒤 좋아하는 사진 스타일을 찾아 카메라를 구해도 좋습니다, 권하곤 한다. 내가 내 돈으로 사고 매일 같이 카메라를 들고 찍고 장비를 바꾸고 결국 작고 가성비 좋은 단렌즈 카메라를 고집하게 된 것처럼. 일상 속 감성 사진을 찍고 싶으신 분들이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조금씩 사진에 빠져봤으면 한다.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 그 마음만은, 스마트폰으로 충분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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