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한창 빠졌을 때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카메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지인을 부추겨 남대문시장에 함께 가 카메라를 둘러보고 견적 협의를 하고 구매를 도왔다. 출사도 처음엔 동료 한 명과 가던 일이 많았는데 이후 그 여정에 참여한 이가 한 명 두 명 늘어나 대여섯 명이 한 팀처럼 사진 찍으러 가는 일이 잦았고 그때면 뚜벅이로 서울 곳곳을 다녔다. 더 먼 곳을 함께 가보고 생각을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있었으나 다들 직장인의 신분이라 장거리 여행을 계획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출사 모임은 멤버들이 비슷한 산업에 종사하던 것을 관두고 제각기 좋아하는 직종으로 이직하거나 다니던 회사를 떠나 다른 회사로 옮길 때까지 계속됐다.
나 역시 회사를 옮기고 일에 정착할 때까진 출사 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함께 했던 멤버들에게 연락하는 것도 뜸해졌다. 시간 약속을 정확히 지키기 어려운 날이 많아 내린 대안은 혼자 사진 찍기였다. 여유 되는 날 마음 닿는 날 카메라 하나 어깨에 걸치고 걷기 좋은 운동화를 신은 채 집을 나서곤 했다. 이후 사회 밥을 오래 먹으며 일이 정착될 때쯤 일은 피곤했으나 다시 누군가와 출사를 가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에 여러 번 시도했다. 이전 멤버 중 가장 마음 닿았던 이와 시간을 잡거나 새롭게 출사에 관심 갖는 이를 찾아 출사 장소에서 만나곤 했다.
그런데 예전 같지 않았다. 좀 더 나이 들고 나서 출사를 하게 되니, 참여하는 이들의 몸도 마음도 굳어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장소에 가더라도 어릴 때 만났던 이들은 제각기 제가 좋아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바빴는데 나이 들고 나서 함께 한 이들은 한 사람이 무언가를 찍고 있으면 우르르 달려와 똑같은 곳 똑같은 뷰를 담기 바빴다. 마치 패키지여행에 가이드가 여기가 사진 찍기 좋은 장소이니 여기서 찍고 5분 내로 모이세요, 말이라도 한 것처럼. 분명 상업성은 떨어지더라도, 카메라를 든 이의 눈에 더 뜨이는 또 그 사람의 가슴이 콩닥 -하고 움직이는 시선이 있을 텐데 말이다. 그런 날이면, 나는 나대로 내가 담고 싶은 것만 사진에 담아왔더라도, 꽤 힘이 들었다. 피로했다. 스트레스를 풀려고 간 나들이에서 묵직한 고민거리를 어깨에 달고 온 느낌이었다.
그런 까닭에, 사진을 찍을 때는 혼자인 게 편했다.
그럼에도 예외는 있었다.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또 아름다운 걸 마주할 때였다. 왜 기쁨은 나눌수록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눌수록 줄어든다는 옛말이 있지 않나. 그 속에 담긴 인간관계의 범주는 현대로 오며 꽤 달라졌을 것이나,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게 삶이라는 메시지는 변하지 않았다 싶다. 특히 봄꽃 꽃구경을 할 때면 더더욱. 최근 비가 내려 꽃이 많이 졌지만 응달에서 자란 꽃나무와 뒤늦게 핀 봄꽃은 지금 화사함을 자랑하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모으고 있는 듯하다. 그 길엔 혼자인 이도 더러 있었지만 대다수 누군가와 함께 서있었다. 꽃나무와 꽃을 찍는 이도 있었지만 꽃을 등진 채 함께 한 이의 환한 미소를 찍는 이들이 많았다.
그래서, 때로는, 사진을 찍을 때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게 좋다. 내가 사진에 담고 싶은 순간을 함께 볼 이, 내가 사진에 새겨둔 기쁨을 함께 나눌 이가 있는 게 좋다. 아마도, 그런 까닭에, 나이 드신 분들은 지하철이든 길에서든 모르는 이에게 어제 만난 듯 시시껄렁한 말을 걸고 호구조사를 시작하고 정보를 나누며 함께 웃다 걱정하다 헤어질 땐 또 쿨하게 돌아설 수 있는 게 아닐까. 내가 보고 싶은 세상은 바로 이 모습이라고, 그 때문에 내가 살아간다고, 그런 대화를 통해 자신의 존재 가치를 다시 확인하며 살아갈 의지를 더 일으켜 세우는 게 아닐까 싶다. 내가 그러한 순간을 사진에 담듯 그분들은 그런 때를 말로 꺼내 놓으며.
그래서, 이번 주도 가보려 한다. 렌즈 깨끗하게 닦은 스마트폰 하나 카메라 하나 그리고 사진으로 기록하는 순간을 함께 할 이 한 명과 함께. 사진에 한창 빠졌을 때 나는 혼자가 아니었던 것처럼, 그때 그 마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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