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꽃길 걷기 좋은 날들이 이어졌다. 3월 말부터 꽃 찾아다니며 새로이 올라온 자연의 색을, 스마트폰에 곱게 담아와, 확대하고 줄이고 빛을 더하고 빼고 온도를 높이고 줄이며 살펴보느라 시간이 훅훅 가는 듯했다.
해가 쨍한 날엔 빛을 머금은 꽃잎의 투명함을 들여보느라 바쁘고, 노을엔 따스한 이불 덮듯 얼굴 붉히는 꽃다발들에 괜스레 더 설레었다가, 밤이면 가로등을 둘러싼 머리 위 꽃밭을 빙글빙글 돌며 스마트폰에 담느라 종일 꽃나무와 붙어 숨 쉰 듯했다. 또 구름 낀 날엔 구름 낀 대로 윤곽이 뚜렷해지는 벚꽃 보는 재미가 있었다. 빛에 숨은 듯 하늘에 숨은 듯 잡힐 듯 말 듯 보일 듯 말 듯 했던 꽃들이 얼굴을 제대로 드러내어, 봄 인사를 똑바로 해주었기에.
그렇기에, 가던 길 멈추고 스마트폰 꺼내어 들고, 꽃에게로 저절로 향해지는 것이겠지. 봄은 봄이다. 봄 앞에 꾹 닫혀가는 심장이 몇 있을지. 하, 이러니, 봄은 봄이다! 그러니, 오늘은 어느 꽃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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