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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그 Mar 05. 2024

밤은 태양을 잊어도, 밤바다는

태양이 지고 나면 밤은 제 세상을 운영하는 듯하다. 태양의 빈자리를 달과 별 그리고 사람들이 사는 세상의 인공광들이 채워나간다. 태양처럼 강하고 환한 빛은 아니나, 밝고 어두운 경계를 조화롭게 균형 잡으며 밤을 만들어간다. 밤은 그렇게 태양을 묻어두는 듯하다. 그러나 밤은 태양을 잊어도, 밤바다는


태양을 잊지 않는다. 드넓은 몸에 저녁노을을 품으며 제 속에 따스한 기운을 담아두고서, 밤빛에 시시때때로 흔들리기도 하지만, 아침이면 기어이 태양을 끌어올리곤 한다. 그래서인지 밤바다는 유독 딱딱한 밤 속에서 말랑말랑한 음악 같다. 태양과 밤빛을 모두 제 품에 안고서 오묘한 빛을 발한다. 차갑고도 따스한 소리를 낸다. 그렇게 그저 보통의 순간과 흑과 백으로 딱딱하게 구분 지으려는 밤을 가슴 울렁이게 만들어주곤 한다. 


그런 까닭에 밤바다를 사진에 담는 일은 즐겁다. 카메라 장노출을 하지 않더라도, 밤바다가 품은 건물과 가로등과 신호등과 그리고 태양이 남긴 흔적이 파도에 부딪혀, 내 가슴에도 철썩, 하고 달려와 안부를 묻는다. 오늘은 어떤 날이었냐며. 밤은 태양을 잊어도, 밤바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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