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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준 Nov 22. 2023

세계 최강 미군을 움직이는 힘, 부사관

Non-Commissioned Officer

머리말


연합사단의 정식 명칭은 '미2전투보병사단 / 한미연합사단(U.S. Army 2nd Infantry Division / Republic Of Korea - United States Combined Division)'으로서 한미연합군사령부(Combined Forces Korea)와는 다른 부대이다. 한미연합군사령부는 1978년 1월에 전시 작전통제권 행사를 위해 창설된 부대이며, 사령관은 미군 대장, 부사령관은 한국군 대장이다.


미2전투보병사단(U.S. Army 2nd Infantry Division)은 제1차 세계대전 중 프랑스에서 창설된 미 육군의 사단으로, 1965년에 의정부 캠프 레드 클라우드에 사단 본부를 설치하고, 현재까지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다.

2015년 미2전투보병사단은 30여 명의 한국군 장교를 편입하고 사단장으로 미군 소장, 한측 부사단장으로 준장을 두어 양국의 군을 연합하여 연합사단을 창설하였다. 그로부터 2년 후, 한측 부사관에 대한 소요가 발생함에 따라 군수담당관과 통신운용관(중,상사)을 선발하고, 뒤이어 창설된 연합포병여단에 체계관리부사관(중사)을, 순환배치여단 예하 대대에 한측 작전담당관(중,상사 3명)을 선발하여 연합부대에서 부사관의 대한 중요성이 실질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최강의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군, 그중에서도 군의 척추(Backbone of the Army)라고 불리는 부사관(Non-commissioned officer)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미 부사관 제도 소개


1. 계급과 위상


미 부사관으로 복무하려면 병사 계급부터 시작해야 한다. 훈련소에서 기초 군사 훈련을 마치고 자대 배치를 받아도 우리와 같이 이병(PV2, Private)이 아닌 계급장이 비어 있는 무등병(PV1)으로 시작한다. 자대에서 3개월 가량이 지나야 이병으로 진급한다. 대학 2년을 수료했다면 일병(PFC, Private First Class), 4년제 대학 졸업자는 상병(SPC, Specialist)으로 군 생활을 시작할 수 있지만 우리처럼 민간인 신분에서 바로 하사로 임관하는 경우는 없다. 하사(SSG, Staff Sergeant)가 되려면 빨라도 5 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중사(SFC, Sergeant First Class)만 되어도 병사 통솔 등의 부대 생활에 대한 전문가이며, 선임 부사관(Senior NCO)으로 모든 부대원의 존경을 받는다.


한편, 일반 대대급 부대에서 상사(MSG, Master Sergeant)는 2~3명 정도로 소수이고 무게감 있는 존재이다. 상사 계급장에서 가운데 다이아몬드만 추가된, 우리의 행정보급관이라고 볼 수 있는 1SG(First Sergeant)는 중대원에게 실권을 행사하기에 그 영향력이 매우 크고 원사(SGM, Sergeant Major)는 말할 것도 없다. 대대장의 선임 조언자(Senior advisor)인 주임원사(CSM, Command Sergeant Major)는 풍부한 실전 전투와 부대 관리 경험으로 살아있는 전설과 같은 존재로서의 대우와 존경을 받는다. 육군주임원사(SMA, Sergeant Major of the Army)는 육군 내 의전서열 4위로서, 중장(LTG, Lieutenant General) 보다 상위의 의전을 받고  상하원 군사위원회 정기 출석 보고, 국가 리셉션 시 백악관 초청 대상자이며 군내 주요 도로 및 건물 명칭 명명시 성명을 사용한다.


필자가 속해 있었던 미2사단/연합사단 회의 석상에서 사단장의 옆 좌석은 작전/행정부사단장이나 참모장이 아닌 주임원사이며 공식 행사의 귀빈석 또한 마찬가지이다. 회의의 맺음말에서는 주요 참모들의 발언 이후 주임원사의 총평, 사단장의 총평이 이어진다. 또한 경기도 의정부 소재 Camp Red Cloud(현재는 이전 후 폐쇄) 미2사단 사령부 내에는 관사가 두 채 있는데, 바로 사단장과 주임원사의 관사이다. 주임원사의 위상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군은 지휘부(command group) 건물 앞에 입간 판으로 지휘관과 주임원사(중대장일 경우 행정보급관을 표시한다.

부사관학교 학교장(NCO Academy Commandant)이 우리는 소장(MG, Major General)이고 미군은 주 임원사이다. Commandant는 대령(COL, Colonel)과 동일한 권한을 갖는다. 부사관을 양성하는 기관의 수장이 주임원사인 것이 이들에게는 어색할 것이 없다.



2. 진급 심의 위원회(Promotion board)


이병~병장은 진급 심의 위원회(Promotion board)을통해 진급한다. 위원회는 위원장인 주임원사(The President of the board)와 3~4명의 주임 원사(원사) 앞에서 진급 대상자가 Sponsor(병장~ 중사)와 함께 들어가게 되는데 복장 규정에 맞는 정복(ASU, Army Service Uniform)을 입고 방문을 힘차게 세 번 두드리면 “You may come"이라는 위원장의 허락과 함께 시작된다. 앞으로 갈 때의 팔과 다리 동작, 좌향 앞으로 가, 뒤로 돌아 등의 제 식 동작의 정확성을 평가받고 위원(Board member)들의 질문에 순차적으로 답변하게 된다.

예를 들어, "M16A2 소총의 30발 탄알을 제외한 무게는 몇 kg이며 M249 기관총의 유효 사거리는 몇 미터인지, 육군 가치관을 말해 보라"는 등 병 기본 과목에 대한 전반적이고 세부적인 지식수준을 확인하고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국방, 정치적 사안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확인하고 그 표정과 말투에서 느껴지는 군기와 가치관 등을 공정하게 평가 후 수치화하여 진급 점수에 반영한다. 필자도 보드에 참여해 보았지만 20대 초반 병사의 입장에 서 엄중하면서도 진지했던 표정으로뚫어질 듯 봤던 주임원사들을 대할 때의 그 위압감을 이겨내기 위한 노력과 용기는 군 생활 전반에 걸쳐 큰 도움이 되었다.



3. 훈련부사관(Drill Sergeant)


'미 훈련부사관은 최고의 리더이고 전투 기술과 병 기본 과목에 가장 정통하며 육군 가치관을 실천하는 미 육군에서 가장 힘든 직업이자 가장 보람된 직책이다.

미 육군 훈련병들은 최고에게 훈련받아야 하므로 그들은 최고난도의 훈련으로 최고가 된다.'- 미 훈련부사관 홈페이지에 있는 글의 요약이다.

전투복 상의 주머니에 “THIS WE'LL DEFEND(이것이 우리가 수호하는 가치)"라고 새겨져 있는 Drill Sergeant Identification Badge를 부착한 인원은 미 훈련부사관 출신이다. 이들과 대화를 나누어 보면 명확하고 깔끔한 의사 전달력에 매번 놀라고 그 권위 있는 목소리에 고개가 끄덕여지며  직책에 대해 스스로 얼마나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하게 된다. 군의 직책 중 가장 힘들다고 악명 높기에 길어도 3년 이상은 복무하지 않는다. 2차 보직으로 사관학교/학군단 교관을 하고 3차로 교육기관 행정보급관이나 주임원사를 한다. 부사관학교장은 훈련부사관 유경험자를 대우한다. 우리군에서도 매년 1~3명을 미 Drill Sergeant School에 파견한다.



4. 오디 머피 클럽(SAMC)과 백선엽 장군 리더십보드(GEN Paik Leadership Award)


부사관 중에서 하늘색 리본으로 되어 있는 메달을 행사시 목에 걸고 있는 인원이 있다. 이들은 오디 머피 보드에서 우승하여 메달을 획득한 인원들이며, 충성(loyalty, 책임(duty), 전문성(professinalism), 배려(caring)를 철학으로 하는 오디 머피 클럽의 일원으로 자부심이 넘친다.

오디 머피 하사는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시 소대장 시절, 프랑스 한 마을에서 250여 명의 독일 군에 둘러싸였을 때 홀로 적군 50여 명을 사살한 공적으로 미군 최고의 표창인 Medal of Honor를 수상하는 등 전투병과 군인으로서 받을 수 있는 모든 상을 수상하였으며, 오늘날 그를 기려 오디 머피 보드를 통해 메달 수상자를 선발한다.


'백선엽 장군 리더십 보드'는 6• 25 한국전쟁시 육군 1사단장이었고 대한민국 역사상 첫 4성 장군이었으며 육군 참모충장, 합참의장, 주 대만대사, 국토부 장관 등을 역임한 백선엽 예비역 장군을 기리기 위해 2003년부터 주한 미8군에서 주최하는 경연대회로서 체력과 사격 실력, 군인정신 등이 뛰어난 카투사를 대상으로 백선엽 장군의 전기문(Biography)을 암송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육군 지휘계통, 육군 가치관, 한국 전쟁과 카투사의 역사, 병 기본 과목 등을 평가하여 우수한 이들이 수상자가 되고 이들은 백선엽 예비역 장군과 만찬을 함께 하는 기회를 갖는다(미8군 규정 672-6).



5. 부사관 지원 체계(NCO support channel)


미 육군규정 600-20 Army Command Policy는 지휘 계통(chain of command)과 부사관 지원 체계(NCO support channel)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이에 따르면 지휘관을 중심으로 한 지휘 계통은 단일 라인으로만 이루어져 있으므로 훌륭한 지휘관은 부사관 지원 체계를 활용하여 입체적인 부대 지휘를 한다. 분대장~선임 부사관에 이르는 부사관은 지휘관의 의도가 부대원에게 명확히 전달되고 이해될 수 있도록 하고 병의 훈련과 체력단련, 육군 가치관, 역사의 교육 및 복지에 힘쓰며, 장비의 운용 유지와 시설 • 재산 관리, 부사관 교육의 계획 및 실행, 병력의 신상필벌 건의 등을 실시한다.  또한 현장 경험이 부족한 초급 장교를 보좌(training, coaching)한다.




한국군 부사관 제도의 발전 방안


1. 부사관 교육 내실화


대대, 연대 및 사단 이상급 부대의 참모 부사관은 지휘관에게 적절한 조언을 하거나 해당 직책의 장교와 원활한 토의를 할 수 있을 만한 직무 지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한편 참모 직위에 있지 않은 부사관이라고 해도 어떤 자리에서든 장교가 부대를 이끌어 나감에 있어 도움이 되고 보다 입체적인 부대 관리가 되도록 풍부한 배경 지식이 있어야 한다. 특히 부사관 최고 계급인 주임원사(원사)는 지휘관이 부대를 지휘함에 있어 미처 보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조언하고 보다 나은 지휘 결심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보좌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부사관 교육 내용에는 현재보다 높은 차원의 수준의 교육이 적절히 반영되어야 한다.



2. 부사관 리더십 및 잠재역량 교육 활성화


미군 부사관단에서는 각급 부대 주임원사 또는 선임 부사관 주관으로 'NCODP(Noncommissioned

Officer Development Program)'를 통해 월 또는 분기별로 부사관들의 직무 지식, 훈련 방법, 리더십 및 잠재역량과 복지에 관련된 모든 분야에 대해 진단하고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우리 군에도 이와 같이 '부사관 리더십 향상 교육(가칭)'을 통해 부사관의 리더십 및 잠재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더불어 부사관 교육시 초임장교~장군 등 각급 장교를 강사로 초빙함으로써 스스럼없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많은 토론을 통한 교류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미군은 'Backbone University(단기 부사관학교 과정)'나 'Battle Staff NCO Course(참모부사관 과정)'라는 이름으로 전 지역의 부사관을 모아 합숙 훈련을 실시하고, 보다 나은 부사관의 자긍심과 실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몽골의 전술 이름에서 비롯된 'Mangudai(망구다이)‘ 훈련은 극소량의 식사를 하고 무박으로 군장 행군을 하며 미션을 완료하는 훈련으로주로 상• 원사 등 선임 부사관들을 대상으로 리더십을 한껏 고취시키는 활동을 한다. 우리 군 또한 벤치마킹해야 할 제도이다.



3. 초임 하사 병영생활 체험


미군은 하사가 되려면 반드시 훈련병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서 진급해야 하는데 반해 우리 군은 징병제라는 한계 때문에 하사를 따로 선발한다.따라서 병사 생활을 거치지 않은 초임 하사는 경험과 직무 지식의 부족으로 큰 스트레스를 겪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우리 사관학교의 커리큘럼을 보면 생도 1학년 때 병 기본 과목을, 2학년 때 분대 전투, 3학년 때 소대 전투, 4학년 때 중 • 대대 전술을 체계적으로 교육받음으로써 소위 임관 후 바로 부임하더라도 복무기간에 따른 경험 요소만 채워지면 충분히 리더로서의 임무 수행이 가능하게끔 구조화되어 있지만 민간에서 바로 전입한 하사는 임무 우선의 부대에서 하달되는 생소한 임무에 대한 강요와 간부에게 요구되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스트레스가 큰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양성과정 및 보수과정의 기간을 늘려 교육의 내실화를 기함과 동시에 병영 생활을 1년 이상 체험하게 하여 멘토로서의 능력을 신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맺음말


필자는 2003~2005년 카투사로 복무하면서 느꼈던 미 부사관 조직에 대한 강렬한 매력으로 청운의 꿈을 품고 임관하여 부사관으로 복무했지만 당시 느꼈던 부사관의 위상은 이상과 차이가 있었다. 미군과 많은 교류를 하면서 느꼈던 점은 미군의 경우 국민이 군을 신뢰하고 존경하며 부사관이 실력 있는 조직으로 발전한것은 비단 전쟁을 많이 치렀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 부사관 복무신조(NCO Creed)에서는 부사관의 역할과 책임을 규정하며 이들이 나아가야 할 정확한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1970년대에는 미군 부사관의 위상이 매우 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그들의 지위가 확고하게 된 이유는 부사관 계급이 장교 아래에 있다고 하여 명령에 따르기만 하는 수동적인 태도가 아니라 경험을 통한 자신의 직무 지식을 기록하고 발전시켜 활용함으로써 고유한 부사관 체계를 확립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부사관 체계는 각 제대 지휘관의 의도가 잘 구현되도록 하였고, 결국 조직의 발전으로 이어져 부사관 체계의 우수성을 입증하였다고 볼 수 있다. 우리 부사관은 20년 전, 10년 전에 비해 선배 부사관의 각고의 노력과 각 제대 지휘관의 인식 변화로 그 위상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이에 덧붙여, 우리 부사관이 대한민국에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의 부사관 체계를 더 많이 경험 및 연구하고 우 리 군에 적용 • 발전시켜 군과 국민에게 인정받는 군의 중추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합참지 2018년 겨울호 상사(진) 이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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