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죽는 날, 바로 오늘
나무들은 이미 잎을 다 벗었다.
부지런한 어른들은 이미 해가 뜨기 전 낙엽을 길 가장자리로 쓸어 모았다.
나무마다 앙상한 형상을 하고 있어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다 어느 아이가 일부러 낙엽 쌓인 곳을 골라 걸으며 바사삭 바사삭,
힘찬 발끝에 낙엽 부서지는 소리를 보고야 깜짝 놀라 깨달았다.
아, 오늘이 가을 마지막날인가봐.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시간,
서로 겹칠 일 없던 시간의 동선에서 한무리의 초등학생을 마주친다.
그애들도 저마다 도톰한 겉옷 차림이다.
그래도 그애들의 얼굴에는 햇빛이 비친다.
어느 학교 컨테이너 지붕 위에는 고등어 무늬와 희고 갈색 무늬가 있는 고양이 두 마리가 배를 드러낸채 낮잠 중이다.
야트막한 오르막을 걷느라 나도 어느새 머플러는 가방에 넣어 두었다.
푹 쉬어 두렴, 햇살 따뜻한 데서 자는 낮잠은 오늘이 올해 마지막인지도 몰라.
내일 저녁에는 서울에 첫눈이 올지도 모른다 한다.
오빠 생일은 소설(小雪) 무렵이라 이즈음 추워진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잊고 살았다.
여기서 가을이 죽는다.
황망히 작별인사를 건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