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닫은 가게들을 회상하며
오늘 인스타그램에서는 내가 종종 다니던 맥주 가게의 슬픈 소식이 전해졌다. 그곳은 바틀 샵 공간과 생맥주를 마실 수 있는 라운지 공간 두 곳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라운지를 12월 29일까지만 영업한다고 했다. 지하의 라운지 공간은 술집이라고 하기에는 제법 조용하다. 취기에 떠들며 마시는 사람들도 없진 않겠지만, 여자 혼자 가서 얌전히 맥주를 홀짝이며 노트북으로 작업하시는 분들도 제법 있다. 카페같이 깔끔한 곳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좋아하는 맥주가 탭핑 되면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곤 했는데, 갑작스러운 영업 중지 소식에 마음 한 구석이 뻥 뚫린 것 같았다. 그나마 바틀 샵은 남아 있을 예정이라 다행이지만.
한동안 발길이 뜸했던 이태원의 수제 맥주집도, 어느 순간 갑자기 문을 닫았다. 역사와 전통이 있는 가게여서 그렇게 쉽게 사라질 줄 몰랐다. 그곳에 비해 몇 번 가보지는 않았지만 마찬가지로 이태원의 수제 맥주를 파는 오래된 가게 한 곳도 어느 순간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 날은 울적하다. 오늘은 더 좋은 맥주가 있을지도, 전에 마셨던 그 맛있는 맥주가 아직 있을지도, 하는 기대를 안고 찾던 가게가 지도상에서 순식간에 지워지는 그런 날.
좋은 공간을 찾는 일은 어렵다. 맛있는 크로켓을 파는 가게, 가츠동이 맛있던 일식집, 혼자 오더라도 부담 없고 노랫소리가 잔잔한 나무 바닥의 카페, 단골인 걸 알아도 요란하게 아는 척하지 않다가 슬며시 매번 사가는 브루어리의 캔을 하나 더 챙겨주는 바틀 샵 같은 곳 말이다. 그런 곳은 언제까지고 그곳에 있어주지 않는다.
추억에는 늘 공간이 있다. 처음 방문했을 때라던가, 처음으로 이 공간에 내가 마음을 열었던 최초의 기억. 그리고 그곳을 함께 찾았던 사람들. 창 밖의 풍경이 변하던 모습들 같은 것. 거기서 먹고 마시고 이야기 나누고 웃고 때론 울고 읽고 쓰던 그런 시간들.
라운지의 문이 닫기 전 몇 번 더 찾을 예정이다. 사업을 축소하는 마음이 쓰리겠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바틀 샵의 그 작은 공간에서 사장님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계셨는지 알기 때문이다. 완전히 그곳이 지도에서 사라지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라운지의 마지막 날까지 즐겁게 일하고, 다시 좀 더 가벼워진 몸으로 새로운 시도들을 해주시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