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9. 못 찍은 영화를 찍는 영화

by 달을읊다

오늘 글쓰기의 주제를 보고 떠오른 영화가 있다. 하지만 진짜로 내가 만드는 게 낫겠네, 싶은 영화는 아니다. 초반부에 영문을 모르고 볼 때는 이건 도대체 무슨 영화냐 싶을 만큼 못 만들었다. 하지만 중반 이후 이 영화가 왜 이렇게 만들어졌는지 풀려 가는 과정을 보면서 비로소 아아, 하고 무릎을 치게 된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영화 시작과 동시에 좀비가 나온다. 좀비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찍고 있다. 연인이었지만 좀비가 된 남자 배우를 보며 울부짖던 여자 배우가 결국 좀비에게 물리는 엔딩이다. 그때 감독이 컷을 외친다. 그는 여자 배우의 연기가 마음에 안 드는지 길길이 날뛰며 화를 내다 뛰쳐나간다. 사실 그곳은 좀비가 나온다는 전설이 있는 장소이다. ‘진짜 영화’를 찍고 싶었던 감독은 거기서 배우들의 진짜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 피의 의식을 치러 좀비를 불러 낸다.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 좀비가 되어 가는데...

그런데 이 영화 좀 이상하다. 배우들의 연기가 어설프게 끊기기도 하고, 누군가는 너무 과한 연기를 한다. 심지어 중간에 카메라가 바닥이 떨어지는 듯한 진동이 있고, 이후 카메라 움직임 없이 한동안 머물러 있다. 이윽고 다시 카메라 워킹이 시작되지만 뭔가 다르다. 빛의 노출이 과하기도 하고, 화면 구성도 어설프다. 최후의 최후까지 어쩐지 어정쩡한 느낌이다. 마침내 마지막 장면에서 카메라가 서서히 공중으로 떠오르고, 마지막 남은 한 사람을 내려 비추며 막이 내린다.

그러니까 위의 두 문단은,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전반부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영화 속의 영화라고 보면 되겠다. 영화 속의 영화감독은 뭐든지 저예산에 빠른 속도로 찍는 것으로 이름난 사람이다. 물론 그도 제대로 된 영화를 만들고 싶다. 하지만 생계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그에게는 은퇴한 여배우인 아내가 있고, 감독의 꿈을 꾸는 딸도 있다. 그래서 거절하지 못한 것이다, 생방송으로 좀비물을 찍으라고 하는 방송국의 요구를.

심지어 이 좀비물에 참여하게 된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의 상태도 그다지 멀쩡하지는 않다. 깐깐하기 이를 데 없는 남자 주연, 아이돌 출신이기 때문에 예쁜 척만 하고 있는 여자 주연, 알코올 중독인 중견 배우와 허리디스크가 있는 촬영 감독까지 앞이 안 보이는 구성원들이다. 그 사이에서 감독은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남들의 요구대로 끌려 다닌다. 마침내 생방송 당일이 되고,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이 영화의 후반부에서는 그 과정을 어떻게 유야무야 헤쳐나가는 지 보여준다. 다시 말해, 코미디 영화다.

이와 아주 비슷한 <웰컴 미스터 맥도널드>라는 영화가 있다. 같은 감독이 찍은 것은 아니지만 설정이 매우 비슷하다. <웰컴 미스터 맥도널드> 쪽이 훨씬 옛날 영화이기 때문에 나란히 보면 좀 더 촌스러울 수 있다. <웰컴 미스터 맥도널드>가 시간의 흐름대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연극과 같은 느낌을 주는 반면,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먼저 괴이쩍인 결과물을 먼저 보여주고 플래시백으로 사건을 재구성하여 좀 더 영화 같은 맛이 난다. 실컷 웃으며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유쾌한 영화들이다. 미세먼지 때문에 외출 못하는 우울한 주말에, 두 편 연속으로 몰아서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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