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9. 휴식

by 달을읊다

잘 쉬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가끔 궁금해진다. 보통 월요일이면 회사 사람들과 주말에 뭐 했냐는 질문을 안부처럼 묻곤 하는데, 나도 그렇고 그들도 그렇고 그냥 쉬었다는 답을 할 때가 많다. 나의 경우 '그냥 쉰 것'은 딱히 어디 나가지도 않았고, 집안일도 (거의) 하지 않았으며, 잠을 많이 자고 집에서 뭔가 대단치 않은 활동들을 했다는 의미이다. '잘 쉬었다'는 말에서는 어디선가 청량하고 맑은 바람이 불어 몸도 마음도 새로 빤 것처럼 개운해지는 감각이 떠오른다. '그냥 쉼'에서는 그런 청량함은 딱히 없다.


옛날에 템플스테이를 간 적이 있다. 대략 10년 전의 일이다. 강원도에 있는 백담사에 혼자 훌쩍 다녀왔다. 그 당시에는 불교에 관심이 없을 때여서 딱히 체험 같은 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때문에 '휴식형 템플스테이'로 신청해서 이틀을 자고 왔다. 도착한 날은 거의 해가 질 때여서 어차피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이틀째에는 열 시간 동안 설악산 등반을 했으니 그걸 휴식을 했다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 날밤에 절 입구의 돌다리에 드러누워 쏟아질 듯한 별을 바라본 게 조금 진짜 휴식에 가까웠을까.


언제부터인가 자도 자도 피곤이 풀리는 느낌이 없다. 템플스테이에 다녀오고 난 이후 10년 동안 부지런히 몸을 혹사해 온 탓이 크다. 그런 자기 학대에 가까운 격무는 의외로 중독성이 크다. 그런 생활을 벗어나고 난 이후에도 이따금 태풍이 오는 것처럼 우울이나 걱정, 자괴감이 몰려올 때가 있다. 그런 감정에 대해 핑계 삼을만한 거리가 없어져, 이전보다 내 마음이 더 빈약하게 느껴지고 마는 것이다. 스스로가 쓸모 있는 존재인지에 대한 확신도 엷어진다. 닻을 잘못된 곳에 내린 내 책임이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피로를 덜고 싶어서, 부지런히 몰려드는 마음속의 먹구름에 휩쓸리지 않고 그저 가만히 바라보고 싶어서 진짜 휴식을 바란다. 글을 쓰는 것은 아마 그런 진짜 휴식을 위한 준비 운동일 것이다. 결국 휴식은 비움을 의미하니까. 비우고 싶은 것의 무게와 질감을 확인해 보는 데는 역시 글쓰기 만한 것이 없다. 요즘의 글쓰기는 몇 년이나 방치해 놓은 밭에 가서 잡초가 얼마나 자랐는지 재는 일 같다. 땅에 돌이 얼마나 섞여 있는지도 본다. 낫을 들고 호미를 든다. 손에 물집 잡혀 가며 잡초의 뿌리를 캐내는 동안 점차 마음이 투명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기나긴 호미질이 다 끝나고 나면 아주 깨끗해질 것이다. 그러니 부지런히 손을 놀리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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