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언제쯤 코트 벗을 날이 오려나, 옷깃을 여미고 다녔다. 지난 토요일만 해도 오후에 슬러시 같이 얼음 섞인 비가 내리기에 여의도 벚꽃축제도 썰렁하겠거니 했다. 휴일 오후 외출 때 따뜻한 기운에 제법 봄이 가까워졌나 싶었다. 그래도 당해 온 것(?)이 있다 보니 의심스러운 기분이었다. 유독 일어나기 힘든 월요일 아침, 카카오 미니에게 물어보니 오늘 날씨는 제법 포근한 데다가 미세먼지도 없다고 한다. 오랜만에 창을 열어 환기를 시켜두고 집을 나섰다.
회사에 도착해 보니 웬걸, 판교에도 벚꽃이 만개해 있었다. 배신감이 들 정도였다. 점심 도시락 멤버들과 산책을 나섰다. 벚꽃 흐드러진 탄천변에 사람들이 복작복작했다. 한동안 여의도로 출근을 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운중로가 아니어도 벚나무가 많아, 점심시간 내리 걷기도 했다. 같이 걷던 사람의 머리에 앉은 벚꽃 잎을 떼어내어 주기도 하면서. 날씨가 따뜻한데 공기는 맑고, 꽃이 이렇게 만개해 있다니 거짓말 같다. 어디 좋은 나라에서 하루치를 꿔온 느낌이랄까.
계절은 언제나 점진적으로 오가는 것 같다가도 이렇게 한 번씩 습격을 가한다. 봄의 습격이 유독 타격이 큰 건 역시 저 선명하고 화사한 꽃들 때문이리라. 그 향을 맡아보고 싶다. 그 꽃잎의 보드라움을 만져보고 싶다. 햇살 받아 폭신해진 흙을 밟고 싶다. 여기가 아닌 어딘가 아지랑이 피어오르고 봄 새소리 들리는 곳에서 가만히 앉아 있고 싶다. 봄의 습격을 받으면 이렇게 마음이 자근자근 타나 보다. 그래서 봄을 탄다고 하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