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다지 각 잡고 글을 쓰고 싶은 기분이 아니다.
때문에 침대에 드러누워 일기 쓰는 느낌으로 써본다.
예전에는 손으로 직접 쓰는 게 아니면 업무용 메일 외에는 아무것도 못 썼었는데, 이제 달리는 버스 안에서 휴대폰으로 소설도 쓴다.
고작 1년 사이에 많이 바뀌었다.
잊고 있었는데 작년 4월 6일은 전 회사의 퇴사일이었고, 4월 9일은 퇴사 기념(?)으로 하와이로 여행을 떠난 날이었다.
예상보다 하와이는 엄청 좋았다.
뭐가 그렇게 좋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미세먼지에 절어 있던 한국을 떠나 눅진한 바다 기운이 풀 충전된 신선한 공기를 마시다 온 것 그 자체였을까.
퇴사를 하고 다른 회사로 간다는 것이 마냥 후련하고 기쁘지만은 않았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10년 넘게 다니며 내 바운더리를 넓혀온 곳이었다.
그런 곳을 떠나 인생의 한 시기를 정리하는데 의외로 혼자 고요하게 생각할 틈이 없어 불안했다.
그랬는데, 있을 때는 오히려 몰랐는데.
돌아와 생각해 보면 하와이의 그 파란 배경이 그리워진다.
어느새 그 시점으로부터 지구가 한 바퀴 핑그르르 돌았다.
그 1년 동안의 회전에 나는 어지러움도 느끼고, 지루함과 초조함도 느꼈다.
때로 사방에 보이지 않는 유리벽이 쳐져 있는 듯 호흡이 갑갑해지기도 한다.
호흡을 다잡으려 여러 가지를 시도했었다.
그럭저럭 잘 된 것도, 진행 중인 것도, 포기한 것도 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건 내가 생각보다 훨씬 속물적이고, 겁이 많고, 타인의 시선에 짓눌려 있다는 사실이다.
자학을 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이고 선명한 사례들로 그런 나를 본다.
물론 꽤 낙담했다.
그렇게 열심히 아등바등 살아왔는데 나는 왜 고작해야 이런 모습인가, 하고.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런 나와 어떻게 화해하고 살아갈지 모색하게 된다.
자기 수양을 통해 어느 정도 개선이 가능한 부분도 있을 것이고, 때문에 좋은 습관을 들이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그럼에도 분명 어느 지점에서는 찌꺼기 같은 나의 부끄러운 모습을 마주하게 될 테니까, 찌꺼기를 위한 마음의 방 한 칸 마련해 두었으면 한다.
파란 하와이의 공기로 숨 쉬지 않아도 여기 이곳에서 오롯이 푸른 나로서 살아가고 싶다.
찌꺼기만 붙들고 실랑이하는 요즈음이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