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 갔을 때 풍등을 띄워 보내는 행사를 본 적이 있다. 대보름이 가까운 때였다. 불꽃이 아른아른 일렁이는 풍등이 밤바다 위로 하나씩 떠올랐다. 우주를 떠돌던 별들이 밤바다를 만져보려 내려온 듯 황홀하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 날 나는 불이 꺼진 풍등은 어디로 갔을지 생각해 보지 않았다. 누군가의 소원은 분명 하늘로 올라갔을 테지만, 남은 등은 차가운 바다 아래로 가라앉았으리라.
주말에는 찬 바람이 불더니만 오늘은 갑작스레 따뜻해졌다. 이렇게 갑자기 기온이 오르면 으레 미세먼지가 많아지는데, 오늘은 환기를 해놓고 출근해도 무방할 정도로 공기도 맑았다. 창문을 열다 침실 밖의 벚나무를 보았다. 작년 이맘 즈음 방을 보러 왔을 때 그 벚나무를 보고 마음이 설렜다. 이 방에 누워 창을 열고 바라보면 예쁜 벚꽃 가지를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웬걸, 그 나무에 꽃이 핀 모습도 제대로 못 봤는데 벌써 거의 꽃이 떨어져 있었다.
이 무렵 길을 지날 때 보면 벚나무가 바람에 꽃잎을 떨군다. 햇볕에 빛나며 떨어지는 하얀 잎들은 눈 같기도, 눈물 같기도 하다. 그보다 목련은 좀 더 성큼성큼 꽃잎을 떨군다. 그 커다랗고 우아한 하얀 꽃잎이 떨어지는 모습은 애처롭기보다 결연하다. 하지만 땅바닥 위에 떨어진 목련 꽃잎은 어느 것 하나 성한 모습이 없다. 어딘가에 스친 흔적이 그대로 갈색 상흔이 남기 때문이다. 가지에서 잎보다 먼저 얼굴 내미는 이런 어린것들은 이렇게 여릴 수가 없다.
날이 날이니 만큼 맑고 따뜻한 날씨와 꽃비가 내리는 정경에도 그저 입꼬리를 파르르 떨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 날 강릉에서 풍등을 보면서도 그들을 떠올리지 못해 그저 미안할 뿐이었다. 가지마다 노란 리본을 가득 단 모양의 개나리 덤불을 보며, 어디에도 노란 리본 하나 걸어두지 못했던 내가 미안해진다. 예쁜 별처럼 떠올랐던 풍등처럼, 부디 좋은 곳으로 훨훨 날아갔길. 매해 봄이 오고 또 꽃이 지는 때가 오면 간절히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