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9. 소확행

by 달을읊다

회사 건물 1층에는 고깃집이 있다. 거기 입구 벽에 붙어 있는 포스터에 소확행이라는 문구가 쓰여있는데, 자세히 보면 ‘소고기는 확실히 행복해’라는 내용이다. 과연, 생각해 보면 소고기 먹는 날은 보통 확실히 좋은 날이다. 원래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의미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위트 있는 문장이라 오래 기억에 남는다. 소고기도 먹고 싶어 지고 말이다.


나에게 있어 소확행이 뭘지 생각해 본다. 요즘은 보통 소확행이 가성비 좋은 물건을 구하는 기쁨 내지는 한 끼 밥값 비슷한 디저트를 먹는 것을 의미하는 느낌이지만, 원래 하루키가 자신의 에세이에서 이 단어를 언급했을 때는 갓 구운 빵 냄새라던가 차곡차곡 깨끗하게 개어진 속옷 같은 것을 의미했다. 내게 그런 것이라면 날씨 좋은 날 산책하기 라던가 철마다 꽃 피고 잎이 우거지고 낙엽 들고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기 같은 게 있다. 그밖에도 시 필사, 뽀득뽀득 청소한 후에 말끔해진 집안 상태, 남자 친구와 나란히 걸으며 하는 말장난 같은 것도 있다.


돈이 있으면 행복한 일이 많긴 하다. 요즘 신혼집을 구하려고 돌아보는데, 워낙 비용이 큰 지출이다 보이 - 게다가 가진 돈보다 훨씬 많은 돈을 빌리는 - 그렇게 고민스러울 수가 없다. 돈을 아무리 써도 티도 안 날 정도면 그다지 고민할 것 없이 전망 좋은 곳에 예쁜 집 지어서 고양이 두 마리와 골든 레트리버 한 마리를 키우고, 기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다닐 것이다. 한 달에 한 번씩은 퍼스트 클래스로 비행기표를 끊어 현지의 가정부 겸 통역가를 고용해 한 두 달씩 지내다 오고, 보고 싶은 것을 보고, 사고 싶은 것을 사면 대체로는 꽤나 행복할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면 오히려 충분히 많은 돈을 가지는 게 소소하진 않을지언정 ‘확실한 행복’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확실한 건 행복을 좇는 사람은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상하게 내가 어떤 일을 시작하면서 그 일을 통해 행복해지겠다고 다짐한다면, 보통 기대에 어긋나 버린다. 자, 행복해지고 싶으니 걷자, 꽃놀이를 가자, 로또를 사자, 그렇게 어깨에 힘을 주는 순간 행복은 저만치로 물러 나는 것 같다. 마음에 여유가 있을 때, 혹은 그저 상황에 몰입하다 보면 그 틈새로 행복이 빠끔 얼굴을 내미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때는 짐짓 모른 체 하고 옆 자리를 내어 주면 된다. 그게 확실한 행복을 만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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