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8. 오래된 것에 깃드는

by 달을읊다

골동품이나 유적에 대해서 아는 건 없다. 하지만 이따금 웹 포털에서 무슨 유물이 나왔다던가, 복원에 성공했다던가 하는 기사를 보면 반드시 읽어 보곤 한다. 얼마 전에는 경주의 월성 해자에서 나온 유물들로 추정한 당시의 그곳의 일상을 그린 기사를 보았는데, 제법 긴 내용이었음에도 꽤나 집중해서 읽었다. 오래된 물건에는 반드시 역사가 깃든다. 그 물건을 손에 넣었던 사람들의 삶이 켜켜이 쌓이게 되므로.


<세상이 가르쳐 준 비밀>이라는 제목의 만화가 있다. '유우당'이라는 골동품점을 배경으로 물건에 깃든 혼이나 정령을 볼 수 있는 젊은 청년 - 이랄지 소년이랄지 애매한 나이의 - 렌이 주인공이다. 큰 줄기로 이어지는 스토리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옴니버스식 구성이다. 보고 싶은 사람을 비춰주는 호롱불, 아껴준 주인과 함께 자살하는 그림 속 동백꽃 정령, 동생을 걱정해서 지지 않는 나팔꽃을 피워주는 오빠의 화분 이야기 등 흥미롭고 생각해 볼 법한 이야기가 잔잔하게 그려진다.


하나의 물건이 골동품이 되었다는 건, 그 물건이 형태를 유지하는 동안에 내내 누군가에게 사랑받았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수 천 번, 수 만 번 동안 사람의 손길을 거치고 마음을 담았던 '그것'에 어떤 정령이 깃든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이 만화는 그런 상상을 기반으로 그려졌을 것이다. 분명 오래된 물건에는 그런 감상을 품게 만드는 것이 있다. 그래서인지 그런 낡고 오래된 물건 앞에 서 있으면 시간이 잠시 멈춘 것 같다.


나는 이사를 여러 번 해서 집에 그리 오래된 물건이 없다. 아마 가장 오래된 것이 쇠숟가락인 것 같다. 11년 전에 자취를 시작하면서 집에서 나올 때, 본가에서 차 뒷좌석이 실어갈 수 있을 정도로만 짐을 챙겨 나왔다. 그 간소한 짐꾸러미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것이다. 그 숟가락의 형제들은 여전히 엄마네 집에 있다. 제법 어릴 때부터 수천번은 그 숟가락으로 밥을 먹었다. 숟가락의 나이가 내 나이만큼 먹지는 않았겠지만 적어도 동생뻘은 되는 셈이다. 누구한테 물려줄 만큼 귀한 물건은 아니지만, 이제는 어디 버리고 가는 것이 마음 아플 정도는 된다. 내가 할머니가 될 때까지 사용한다면 그 숟가락으로 먹어야만 맛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내 입맛을 걱정해 주는 정령이 하나 깃든 탓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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