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길에서 어떤 여자가 들고 있던 에코백에 눈길이 갔다. 짙은 녹색 바탕에 베이지색 스트랩이었고, 어떤 서점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흔히 보는 에코백처럼 흐늘흐늘하지 않고 각이 딱 잡혀 있었다. 측면에 'aunt boo'라고 쓰인 것을 보았다. 언뜻 본 가방인데도 어쩐지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열심히 검색해 보니 그것은 영국의 유명한 서점인 던트 북스의 에코백이었다.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던트 북스를 보았다. 이후에 <세계 서점 기행>이라는 책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다. 간판은 짙은 녹색에 하얀 글씨로 서점 이름이 쓰여 있으며, 헤링본 나무 바닥과 나무로 된 서가, 반원형의 창문을 낸 아름다운 곳이다. 굉장히 오래된 곳 같지만 실제로는 비교적 최근부터 던트 북스라는 상호로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런던이니까 좋은 날씨는 드물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내 머릿속에 던트 북스는 늘 그 반원형 창으로 가득히 햇살이 들어온다. 햇살과, 녹색의 벽과, 책이라는 설렘이 가득한 공간, 거기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
그러나 영국에 가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보니 대신 던트 북스를 닮은 서재를 갖고 싶어 졌다. 책은 날이면 날마다 증식하고 있어 서재라고 할만한 작은 방을 꾸미는데 양적으로 부족함은 없어 보였다. 마침 결혼하면서 집도 살 생각이라 혹여 아이는 안 낳더라도 서재를 고려해서 방이 세 개가 있는 곳을 보았다. 다행히 좋은 집을 찾아서 계약을 할 생각인데, 어느 방을 서재로 삼을지 고심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원래 구상한 서재는 던트 북스 롤 본떠 오크색 헤링본 무늬로 바닥을 짜고 같은 톤으로 책장과 문을 맞추며, 벽은 약간 어두운 녹색으로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점찍어둔 집이 거의 완벽에 가깝게 인테리어를 해둔 집이라, 벽지만 녹색톤으로 새로 도배하고 흰색이나 회색의 책장으로 맞출까 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 거기에 1인 소파 또는 흔들의자를 두고, 금색으로 된 플로어 스탠드를 두어 해가 지도록 책을 읽으면 좋겠다. 여차하면 노트북 들고 뭔가 쓸 수 있도록 창문 앞에 작은 책상도 하나 두고.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