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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Oct 14. 2022

포기하기

-지리산 둘레길 여행기-

 나는 매우 나약한 사람이라 당연히 여러 번 포기를 생각했다. 아니 포기를 했다. 두 번째 여행에서 기간을 일주일로 하고 남은 코스를 모조리 돌아 완주증을 받아오기로 계획했었다. 그러나 때는 여름의 한가운데였고, 5일째에 참을 수 없을 만큼 힘겨워졌다. 결국 계획의 반을 남겨두고 집으로 돌아와 버렸다. 곧 며칠 뒤에 후회하긴 했지만 당시엔 완주고 뭐고 죽을 것 같다는 마음이었다.     



 스물네 살, 연극 공부를 시작한 후 본격적으로 내 작품을 만들게 됐다. 매우 의욕에 불타서 시작했지만, 나는 매주 교수님께 혼이 났다. 멘탈이 약해질 대로 약해졌던 나는 마지막, 이대로는 창피해서 공연을 올릴 수 없다는 말과 함께 무너져버렸다. 이 일도 역시 곧 며칠 뒤에 후회하긴 했지만 당시엔 공연이고 뭐고 죽고 싶었다. 그래서 삶을 포기했고 (사이) 다행히 살았다.     



 중요한 건 포기한 다음이었다. 포기는 끝이 아니었다. 나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 연습을 마치고 공연을 올렸고, 다시 지리산을 찾아 남은 코스를 돌고 완주증을 받았다. 그 당시의 고통이 별거 아니라는 것이 아니라, 끝을 내기에 이르고 다시 하기에 남은 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은 생각보다 내게 관심이 없기도 하고 생각보다 관대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도 주변으로부터, 포기할 때 받은 실망보다 다시 할 때 받은 응원이 더 많았다. 포기할 수 있고, 해도 된다. 다만, 포기를 끝으로 여기지만 않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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