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 력과 윤, 복수에 나서다

<2025년 4월 초 · 대전 박규의 집>

by 부지깽이

그리고 그날 저녁.

퇴원 축하파티라는 이름 아래 모인 다섯은 각자 결심 하나씩을 품고 있었다.

장소는 거실이 아닌 규의 집 창고. 퇴원 파티치고는 썰렁했다. 풍선도 없고, 음악도 없었다.

그저 오래된 테이블 위에 작은 케이크, 그리고 종이컵에 담긴 따뜻한 커피가 전부였다.

그러나 누구도 조촐한 상차림을 불평하지 않았다.

웃음도, 건배도 없이 시간은 조용히 흘렀다.


어색한 침묵을 깨뜨린 건 탄이었다.

그가 종이컵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 력이랑 윤이는 빠져라. 아버지도 그걸 원하실 거다.”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단호했다.

옆에 있던 양헌도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

“그래. 이건 우리가 할 일이야. 너흰 일상으로 돌아가.”

민주도 조심스레 말을 보탰다.

“너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아저씨가 마음 아파하실 거야.”

윤은 아무 말 없이 한쪽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력이 먼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다.

“절대 안 돼.”

력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아빠가 저렇게 누워 계신데… 그게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단 걸 알았는데… 빠지라고? 우린 모두 아빠 수첩을 봤고, 거기 나온 놈들이 지금도 아빠를, 우리 가족을 노리고 있다는 걸 알았어. 그런데 빠지라고?”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다.


력은 잠시 숨을 가다듬고 이어갔다.

“빠질 거면 형이 빠져. 쇳덩 형도, 야상 누나도…. 이건, 우리 가족의 일이야.”

의 말에 탄, 양헌, 민주 셋 모두 적잖이 당황했다.

탄은 력의 눈을 잠시 바라보다 고개를 숙였다.

그때 윤이 조용히 일어났다.

그녀는 말 없이 창고 한쪽 벽으로 걸어가, 벽에 걸려 있던 검은 케이스를 내렸다.

그 안엔 그녀의 분신이 있었다.

사격 국가대표 시절, 세계 곳곳을 함께 돌며 수많은 메달을 쏘아올린 소총.

윤의 손끝에 익숙하게 스며든 그 무기가, 지금은 조용히 숨을 고르며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윤은 케이스를 열어 소총을 꺼냈다.

무게를 재확인하듯 천천히 들고 와서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

탕!

그녀의 눈빛이 말하고 있었다.

나도 결심했어. 꺾지 마!”


그 순간,

낡은 철문이 끽— 소리를 내며 열렸다.

다섯은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문 안으로 들어선 사람은 백인 노신사.

짧게 정돈된 흰 머리, 단정한 재킷 위로 미군식 로지스틱 부대의 배지가 희미하게 보였다.

탄이 벌떡 일어났다.

“아저씨… 오셨군요.”

양헌과 민주도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섰고, 력과 윤은 숨을 삼켰다.


탄이 소개했다.

“이 분이, 리차드 아저씨야.”

리차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한 사람씩 눈을 맞추고 인사를 나눴다.

“양헌.”

“민주.”

“박력, 박윤…”

그는 아무 말 없이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조용히 력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아버지의 수첩을 보여주겠나?”

력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방 속에서 수첩을 꺼냈다.


리차드는 수첩을 건네받으며 묵직한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첫 장을 펼쳤다.

그 순간, 창고 안의 공기가 한껏 가라앉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가끔 미간을 찌푸리기도 했다.

15분쯤 흘렀을까.

마침내 리차드가 수첩을 덮었다.

그 때까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가 입을 열자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그를 향했다.

“자, 내가 파악한 정보를 공유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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