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흘러도...

by 부지깽이


잊혀진다는 것

황혼의 그림자에 놀라

절룩이며 걸어가는

중년의 뒷모습보다

두려운 것이다


연모가 떨어져 누운 곳

비참히 일그러진 낙화의 모습

살며시 밟고 서서

사랑한 만큼 아파해야 할

세월, 아 세월...


살아온 계절이 부끄러워

왈칵 쏟아지는

눈물, 아 눈물...






그 날 이후

글이고 뭐고... 오래도록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미안해서... 먹먹해서...

불안해서... 막막해서...


일찍 깬 새벽, 용기를 내서...

스물 몇 살에 끄적였던 시 한 편을

오십 몇 살에 다시 꺼내 고쳐 썼습니다.


시 속 단어들도 세월을 먹었습니다.

뛰어가는 소년은,

절룩거리는 중년이 되었고...


스물 몇 살엔 죽도록 사랑했던

사람이 잊혀질까 두려웠는데...


오십 몇 살이 되어 돌이켜 보니

부질없는 그리움이 잊혀지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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