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4월 · 베트남 하이난거리 립스틱클럽>
의미없이 주고받던 웃음은 멎었고, 술병은 이미 많이 비어 있었다.
린은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6개월 전이었어요. 비가 많이 내리던 저녁···”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조용했지만, 오히려 더 또렷하게 들렸다.
“그날, 마을에 들이닥친 군인들은 단순한 수색작전이라고 했어요. 집집마다··· 칼로 여기저기 찔러 보고···”
린은 가만히 손을 모아 무릎 위에 얹었다.
“그런데 그 사람··· 장춘동 하사의 목적은 따로 있었어요. 그는 여자들만 사는 집만 골라 들어갔어요. 그리고···”
그녀의 눈빛이 잠시 떨렸다.
“우리 엄마··· 그날도 집에 혼자 계셨어요. 전 뚜엣네 집에 놀러 갔다가··· 저녁 무렵에 돌아왔고요. 문 앞에 섰는데··· 안에서 들렸어요. 술 냄새랑··· 이상한 소리들.”
규는 눈을 질끈 감았다.
뚜엣은 테이블 밑에서 떨리는 린의 손을 꼭 잡았다.
“그 사람이 엄마를··· 그 순간 문틈으로 엄마랑 눈이 마주쳤어요. 엄마가··· 저한테··· 도망치라고··· 손을 내저었어요.”
그리고 린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의 양쪽 뺨에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이윽고 깊은 한숨을 쉬고 말했다.
“저는··· 도망쳤어요. 뚜엣이랑 숲 속에 숨어 울었어요.”
아무도 말하지 못했고, 김 일병은 아예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린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날 밤 늦게 집에 돌아왔더니, 엄마는··· 천장에 줄을 걸고··· 거기 매달려 있었어요. 몸 여기저기에는 멍 자국이 선명했고··· 눈은··· 감지도 못하고···”
그녀는 잠시 눈을 감았다.
“며칠 후 엄마 장례식 날이었어요. 장춘동이 촌장에게 말했어요. 제가 적군과 내통한 혐의가 있다며··· 조사해야 한다고. 그날··· 전 이 클럽에 끌려왔어요.”
함 상병이 이를 악물고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 후로 장 하사는 2~3일에 한 번씩 찾아왔어요. 손님이 아닌··· 주인처럼. 여기 사장도, 그 사람 하수인이에요. 지금도··· 오죠. 밤이면 가끔씩.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한 마디 한 마디, 린은 피가 빠져나가는 얼굴로 담담하게 말했다.
다섯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무거운 숨소리만 클럽 안에 가득차 있었다
그때, 린이 고개를 들었다.
눈가는 젖어 있었지만, 눈빛은 이상하게 단단했다. 그녀의 시선이 김 일병을 향했다.
김 일병은 그 순간, 눈물을 떨구며 고개를 들었다. 둘의 눈이 마주쳤다.
어떤 말도 없었다. 어떤 위로도 없었다.
하지만, 그 눈빛 하나에 서로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김 일병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천천히 그의 손이, 조심스럽게 테이블 위로 올라와 린의 손끝 가까이 다가갔다.
그 누구도 방해하지 않았다.
클럽의 조명이, 아주 천천히 노을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침묵을 깨고―
쿵.
툭.
딸각.
클럽 구석 벽에 걸린 괘종시계가 오래된 기계의 신음을 토해냈다.
땡—
땡—
땡—
땡—
땡—
다섯 번.
김 병장이 빈 맥주잔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슬슬 복귀 준비해야겠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날 채비를 하던 그 순간—
쾅!!!
누군가 클럽의 철문을 발로 찼고, 후텁지근한 바깥공기가 피비린내와 함께 문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리고―
익숙한 그림자가 검은 연기처럼 스며들었다.
삐딱하게 쓴 군모, 담배를 입에 문 채, 왼쪽 귀를 만지작거리며 이 쪽을 쏘아보는 눈.
방금 전 린의 이야기 속 악마, 장춘동이었다.
그의 갑작스런 등장에 린은 사시나무처럼 온 몸을 떨었고, 김 일병의 눈동자는 벌겋게 불타올랐다.
그 순간―장춘동의 입꼬리가, 지옥의 빗장을 푸는 것처럼 비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