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 악마의 덫에 걸린 린

<1972년 4월 · 닌호아 하이난거리 립스틱 클럽>

by 부지깽이

쾅!!!

쇳소리를 내며 열린 문 틈으로 장춘동이 스며들었다.

담배를 입에 문 채, 왼쪽 귀를 만지작거리며 여섯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다가왔다.


함돈혁 상병과 김정수 일병은 반사적으로 일어나 경례를 했다.

“백마!”

그러나, 그들의 경례는 허공에서 사라졌다.

장춘동은 경례를 받지도 그들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규는 자리에 앉은 채 주먹을 움켜쥐었고, 김 병장은 차갑게 장춘동을 노려봤다.

뚜엣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린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온 몸을 떨고 있었다.

장춘동은 대충 상황을 훑었다.

‘여기서 깽판 치면 오히려 내가 깨지겠군.

쪽수가 안 맞아. 특히 저 김 병장 새끼.

입은 가볍지만 주먹은 무거운 놈.’


그래서—그는 가장 약한 고리로 시선을 돌렸다.

바로 린!

“린, 장사 잘 하네.”

장춘동이 입꼬리를 비틀며 말했다.

“진작 이렇게 하지. 그럼 내가 밤마다 매상 올려주러 안 와도 됐잖아.”

린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눈꺼풀 아래로 두려움이 물밀 듯 밀려 들었다.


장춘동은 흐뭇한 듯, 시선을 뚜엣으로 옮겼다. 그리고 비아냥거렸다.

“아가씨가 박 병장 꽁가이구만~ 겁쟁이 박 병장도 능력은 있네. 이런 어린 꽁가이를 꿰차고, 다시 봐야겠어. 흐흐흐”

주먹을 쥔 규가 벌떡 일어나려 했다.

그때, 김 병장이 잽싸게 규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장춘동을 향해 낮게 으르렁거렸다.

“장 하사님, 적당히 하시죠.”

순간—장춘동의 입꼬리가 경련을 일으켰다.


“니들 복귀 안 해? 영창 가고 싶어?”

한껏 비아냥대며, 자기는 군기조차 무시할 수 있다는 걸 과시했다.

그리고, 다시 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얘기 좀 할까? 오랜만에 말야. 뭐, 얘기만 하진 않겠지만···”

린은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그 와중에도—뚜엣을 밀어내려 했다.

“뚜엣, 어서 가~ 군인님들도요.”

목소리는 떨렸지만, 그 안에는 다섯을 지키려는 결연함이 있었다.

모두가 발을 떼지 못하고 망설였다.

린이 다시 힘을 짜냈다.

“걱정 마세요. 가시는 게··· 저를 도와주시는 거예요.”


그 말에—

장춘동의 눈빛이 일그러졌다. 그 안에 질투인지, 살기인지 모를 불덩이가 일렁였다.

김 병장이 먼저 규의 어깨를 쳤다.

“가자. 늦겠다.”

그가 먼저 함 상병, 김 일병의 등을 떠밀며 걸음을 옮겼다.

뚜엣도, 규도 마지막까지 발을 떼지 못하다 겨우 움직였다.

김 일병은 자꾸 린을 돌아봤다. 린도 김 일병을 바라보았다.

절실하고 애처롭게.

장춘동의 눈에 그 장면이 똑똑히 박혔다.

그의 눈동자가 질투와 살기로 검게 타올랐다.

탁~.

클럽 문이 닫혔다.

텅 빈 클럽 안. 린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리고—

쾅!!

장춘동이 군홧발로 테이블을 걷어찼다.

유리잔이 깨지고, 의자가 우당탕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다섯은 클럽 밖에서 그 소리를 들었지만 돌아갈 수는 없었다.


거리에는 외출 나온 병사들이 우르르 몰려가고 있었고, 그들도 시간이 없었다.

린은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체념한 눈빛. 장춘동은 비릿하게 웃으며 느릿느릿 다가왔다.

“좋아. 이제 방으로 가자.”

장춘동이 린의 손목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휘청—문득, 린은 잠깐 고개를 돌려 문 너머 어딘가를 바라봤다.

아무도 없었다. 눈물 한 줄기가 그녀의 볼을 타고 미끄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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