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8. 규를 지켜주는 김 병장

<1972년 4월 · 닌호아 백마부대>

by 부지깽이

같은 시각. 하이난거리 립스틱클럽 뒤편.

미군 헌병들이 클럽 사장을 연행해 가고 있었다.

리차드 한 하사는 팔짱을 낀 채 그 장면을 바라봤다.

“무기밀매. 국제법 위반. 증거 충분하지?”

사장은 아무 대꾸도 못 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리차드는 그의 어깨를 툭 치며 낮게 말했다.

“우리한테 잡힌 걸 감사하게 여겨, 다른 쪽에 잡혔으면… 넌 지금쯤 이 세상에 없었을 거야.

사장은 몸을 바르르 떨며 순순히 헌병차에 올라탔다.

그의 이마엔 식은땀이 쉴 새 없이 흐르고 있었다.


* * *

연대장실을 나와 바깥 공기를 들이마신 장춘동은 주먹을 꽉 쥐었다.

손바닥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감히, 감히 누가…”


이를 악물며 연병장을 내려다보던 그는, 푸석푸석한 먼지 속에서 땀에 젖은 사내들을 발견했다.

진지 구축 작업 중인 병사들.

그들은 곡괭이와 삽을 들고 허리를 굽힌 채, 흙을 퍼담은 마대자루를 쌓고 있었다.

그들 틈에—박규가 있었다.


햇볕은 따가웠고, 바람은 뜨거운 먼지를 끌고 다녔다.

그 가운데 규는 흡사 한 덩어리의 그림자처럼, 묵묵히 삽질을 하고 있었다.

팔뚝은 흐르는 땀줄기와 흙먼지가 뒤섞여 검은 자국을 만들었고, 입매는 굳게 다물려 있었다.

장춘동의 눈엔 그 모습이 왠지 더 눈에 거슬렸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일에 집중하는 태도,

그러면서도 누군가에게 품은 경멸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표정.

장춘동은 꾸욱 발뒤꿈치를 눌러 땅을 밟았다.

그리고 툭툭 먼지를 털며 규에게 다가갔다.


“야! 빠큐!”

그 소리에 규는 삽질을 멈추고 꼿꼿하게 섰다.

장춘동의 그림자가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니가 그랬냐?”

장춘동은 목소리를 낮추었지만, 그 안에는 분노가 끓어 넘쳤다.

규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다가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한쪽 입꼬리를 씩~올렸다.


“……”

장춘동의 눈이 이글거렸다.

“어디다 고자질했어? 감찰부?”

“혹시… 그 미군 새끼?”

규는 대답 대신, 삽자루를 천천히 말아 쥐었다.

손등 위로 핏줄이 서서히 부풀었고, 묵직한 침묵이 둘 사이를 짓눌렀다.


그때였다.

저벅~ 저벅~ 묵직한 발소리가 다가왔다.

김창열 병장.

그의 손에는 흙이 잔뜩 묻은 곡괭이가 들려 있었다.

그리고 그의 눈빛은 분명하게 말하고 있었다.

‘한 번만 더 건드리면 박살내겠다.’


장춘동은 순간 움찔했다.

자신보다 덩치가 한참 크고, 눈빛만으로 주변 공기를 얼어붙게 만드는 사내.

게다가 김 병장은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타입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그냥 물러설 수도 없었다.

장춘동은 이를 꽉 깨물고 다시 규를 노려보았다.

그 순간—

삐-익 삐-익

부대 내 스피커가 울렸다.

장춘동 하사는 연대장실로!

반복한다, 장춘동 하사는 연대장실로!


삑- 삐익—!

스피커가 꺼지자 땀에 젖은 병사들의 눈길이 장춘동에게 쏠렸다. 장춘동은 입술을 꽉 깨문 채 규와 김 병장을 번갈아 노려봤다.

손등의 핏줄이 파르르 떨렸다.

그러나 더 머뭇거릴 수 없었다.

그는 홱 돌아서서 연대장실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의 발 뒤로 하얗게 먼지구름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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