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9. 기사회생한 장춘동

<1972년 4월 · 닌호아 백마부대 & 하이난거리 립스틱클럽>

by 부지깽이

장춘동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섰을 때, 연대장실엔 기이한 정적이 감돌았다.

엉망이었던 책상은 말끔히 정돈돼 있었고, 바닥에 나뒹굴던 서류뭉치도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창문 틈 사이로 볕이 비스듬히 들어와 실내를 비췄고, 그 가운데 앉은 전두칠은 그림자처럼 고요했다.

소파에 느긋하게 몸을 기댄 그가 오른손에 담배를 들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장 하사.”

낮고 느긋한 목소리였지만 그 어조엔 이상한 냉기가 서려 있었다.

“벌써 꼬리 자르고 온 건가?”


장춘동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한순간 숨이 멎은 듯 멍해졌지만, 곧 정신을 붙들었다.

“… 네?”

전두칠은 재떨이에 담뱃재를 툭툭 털었다.

그 손짓조차 조롱처럼 느껴졌다.

한때 그의 손이 전장에서 부하들의 생사를 틀어쥐던 손이었다면, 지금은 권력의 안락의자에서 누군가를 재단하는 도살자의 손처럼 보였다.


“클럽 사장이2 미군 헌병대에 체포됐다.”

그의 입가에 비릿한 웃음이 걸렸다.

“장 하사가 처리한 거지? 역시 빨라!”

전두칠의 칭찬은 겉으로 보기엔 따뜻했다.

하지만 그 안엔 섬찟한 위선이 숨어 있었다.


그걸 모를 리 없는 장춘동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얼굴이 하얗게 질렸지만,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 자리에서 약해 보이면 끝장이라는 걸.

장춘동은 뒷덜미를 타고 오르는 오한을 눌러가며,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올렸다.

“네. 확실히… 처리했습니다.”


거짓말이었다.

대놓고, 노골적으로.

그러나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전두칠은 잠시 그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의 침묵은 칼날 같았고, 그 끝엔 알 수 없는 웃음이 매달려 있었다.


긴 정적 끝에—

“역시.”

전두칠은 웃으며 말했다.

“내가 장 하사를 괜히 믿겠나.”

천천히 몸을 일으킨 그가 자신의 가슴을 툭툭 치며 장춘동에게 다가왔다.

그의 걸음걸이에는 여유가 있었지만, 뿜어내는 기세는 맹수와도 같았다.

“수고했다. 이번 일만 무사히 넘기면, 우리 둘 다… 더 높은 데까지 갈 수 있을 거다.”

장춘동은 숨을 삼켰다.

그 칭찬이, 그 ‘믿는다’라는 말이, 왠지 자신을 옭아맬 족쇄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장춘동은 깊이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속으로 되뇌었다.

‘박규… 네 놈부터 죽여주겠다!’


* * *


연대장실을 박차고 나온 장춘동은 숨을 헐떡이며 하이난 거리로 달려갔다.

땀방울이 군복 깃을 타고 줄줄 흘렀다.

모래먼지가 얼굴에 들러붙었지만, 지금은 그딴 걸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빨리, 빨리…!’

그의 발소리가 좁은 골목에 쿵쿵 울렸다.


장춘동은 립스틱클럽의 문을 걷어찼다.

쾅—!

클럽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장춘동은 벽에 기대 숨을 고르며 주위를 훑었다.

텅 빈 의자들.

텅 빈 무대.

텅 빈 바 카운터.


특히… 린이 없었다.

‘린은 어디 갔어?’

불길한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하지만, 장춘동은 금세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큭… 잘 됐네.”


장춘동은 한 손으로 이마를 쓸어내리고는, 바 테이블 아래로 몸을 낮췄다.

그는 바닥에 난 조그만 금속판을 손끝으로 더듬었다.

딸깍—

은밀한 소리가 나면서 바닥 한쪽이 살짝 들렸다.


장춘동만 아는 비밀 공간.

그 안에는 달러 다발과, 무기 거래 장부, 권총 한 자루가 묵직한 광택을 내며 숨어 있었다.

장춘동은 ‘아직 안전해’―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는 등을 벽에 기대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흐흐흐~”

어디선가 삐걱거리는 선풍기 소리가 들려 왔다.

썰렁한 클럽 안에 장춘동의 음습하고 싸늘한 웃음소리가 퍼졌다.

린이 없는 게 왠지 허전하면서도, 동시에 그는 섬뜩한 안도감을 느꼈다.

“그 년은 어차피… 놀고 버리는 카드야”

장춘동은 그렇게 중얼거리고 비밀공간을 닫고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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