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4월 / 닌호아 백마부대>
장춘동이 평소와 달리 외출이 잦아졌다는 소문이 백마부대 내에 퍼졌다.
특히 밤에만 몰래 드나들던 립스틱클럽을 대낮에도 자주 찾는다는 얘기까지 나오자, 박규는 자신의 머릿속에 각인돼 있던 기억을 되짚었다.
‘전두칠의 전공을 조작하기 위해, 장춘동이 무기밀매를 하려던 시기가… 바로 이 무렵이었어.’
규는 김 병장, 함 상병, 김 일병과 함께 부대에 떠도는 풍문을 하나하나 확인해 나갔다.
넷은 장춘동의 분대원들에게 접근해 담배를 건네며 최근에 무슨 작전을 나갔는지 물었고, 분대원들은 자기가 장춘동이라도 된 듯 ‘특별작전’을 떠벌렸다. 자기과시가 심한 분대장에, 그 분대원들이었다.
개략적인 상황을 파악한 규는 곧장 소대장에게 특별외출을 요청했다.
소대장은 통신실에서 규가 미군 정보병과에 전화하는 것도 허락했다.
그날 밤.
별 하나 뜨지 않은 하늘 아래, 하이난 거리 외곽의 허름한 찻집.
낡은 등불 하나가 어둠 속에서 깜빡이는 그곳에서, 규는 리차드를 만났다.
두 사람 사이에 낮게 깔린 대화가 조심스럽게 오갔고, 규는 주머니에서 꺼낸 메모지를 리차드에게 넘겼다.
“이렇게 많이 샀다고? 그걸 전두칠의 전공으로 조작했고?”
리차드는 찻잔을 탁 내려놓으며 말했다.
“무기상과 클럽 사장만 잡으면 되겠군”
* * *
며칠 후.
백마부대 제29연대 연대장실은 폭풍이 지나간 뒤의 전장 같았다.
뒤엎어진 책상, 찢긴 문서들, 바닥을 굴러다니는 커피잔 조각들 사이로, 전두칠 대령은 광기어린 눈빛으로 창밖을 노려봤다.
쾅!
그는 이를 악물고 책상을 내려쳤다.
“감찰단, 그 개자식들…!”
부하 장교가 바닥에 흩어진 서류를 모아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전두칠은 그것을 낚아채듯 집어 들었다.
‘전두칠 대령이 민간 암시장에서 무기를 구입해, 베트콩 전투 노획품으로 허위 보고함.’
‘소총, 기관총, 포탄 수천 발. 사용흔적 없음. 탄흔 없음. 약실엔 윤기 나는 방청유.’
‘명백한 조작. 상부에 보고 바람.’
그뿐이 아니었다.
군기 문란에 대한 내부 고발도 첨부돼 있었다.
사병들은 식수도 부족한데, 연대장은 매일 온수 샤워에 사교파티를 벌였다는 증언들까지.
쾅!
전두칠은 주먹으로 다시 책상을 내려쳤다.
“이걸 위에 보고한 게 누구야!”
책상이 울리고, 액자가 비틀어졌다.
깨진 커피잔 조각이 바닥에서 반짝였다.
“당장 장춘동 불러!”
부관이 전화통을 붙잡고 외쳤다.
“장 하사, 지금 즉시 연대장실로! 빨리!”
몇 분 뒤, 장춘동이 숨을 몰아쉬며 문을 열고 들어섰다.
아수라장이 된 방 안을 본 그는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연대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휙!
전두칠은 손에 쥔 서류를 그의 얼굴에 던졌다.
“이게 뭐야, 이 새끼야! 나를, 물 먹이려고 작정했냐?!”
장춘동은 재빨리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주워 훑었다.
온 몸이 빳빳하게 굳고,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감찰단 보고서.
그 안엔 너무도 정확한 정보들이 적혀 있었다.
눈알을 굴리던 장춘동이 살 길을 찾아 외쳤다.
“이건 모함입니다! 연대장님을 시기한 자들이 꾸민 계략입니다.”
“입 다물어! 이건 내부 고발이야. 외부에선 알 수 없는 내용이야!”
장춘동은 급히 몸을 낮추며 말했다.
“혹시… 미군 쪽에서 흘러나온 건 아닐지…”
전두칠의 눈빛이 번뜩였다.
“… 미군?”
장춘동은 낮게 말했다.
“짚이는 인물이 있습니다. 확인해 보겠습니다.”
“… 미군, 이 새끼들이!”
전두칠은 이를 악물었다.
“처리해. 즉시, 깨끗하게!”
“…네. 걱정 마십시오.”
장춘동은 손바닥에 고인 땀을 문지르며 연대장실을 나왔다.
그의 입이 잔뜩 일그러졌다.
“빠큐와 그 미군놈이 틀림없어! 이 새끼들이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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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칠의 모티브가 된 인물의 베트남전 참전 당시 무기밀매 전공 조작과, 식수난 무시 온수 샤워, 잦은 사교파티 등은 팩트로 밝혀진 내용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