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날

마음 가는 대로 쓴 더운 여름날에 대한 끄적임.

by 목련나무

더운 여름날이다.


습기를 머금은 땡볕과 땀과 열기를 머금은 내 몸을 얼른 지하철역 근처 지하상가로 집어넣는다.


완벽하진 않지만, 조금씩 열기가 사그라들겠지 바래본다. 편의점에 들어가 더 강력한 시원함을 접해보려 한다.


편의점 냉장고 문을 여는 순간 "시원해!" - 그리고 캔콜라를 꺼내 들고 문을 닫는 순간, 냉장고의 온도가 그대로 콜라에서 나에게로 전해질 것을 기대한다.


어쩔 수 없는 불쾌지수를 잠재우기 위해 나는 당분이 필요하다. 혈관에 직방으로 수혈되는 위험한 당분 말이다.


캔콜라에서는 계속해서 물기가 배어 나온다. 그대로 가방 안에 넣고 지하철을 탔다가 계단을 몇 번 오르락내리락하고 보도블록 위에서 버스를 기다릴 때, - 캔 뚜껑을 '칙'따면- 무방비했던 나에 대한 회의가 몰려들 것이다. 방심조차 할 수 없이 나오는 물방울 형태의 구멍에서 솟구쳐 나오는 그 콜라를 보며.


'그러기 전에' 뚜껑을 따고 한 모금 들이킨다. 역사 내에 진입하기 전에- 나는 답답한 속을- 탄산과 당분으로 찬 그 갈색 음료에 희망을 걸고- 꿀꺽꿀꺽- 삼켜 넣는 것 같지만- 목구멍에서 개운해지면서 답답함이 다른 그 무엇으로 승화된 듯한 기분으로 그 무엇을 몸속에 집어넣는다.


뉴스에서는 더운 날이 되면 창의적인 실험을 많이 한다. 가끔 나는 뉴스에서 더움을 보여주기 위해 무슨 실험을 하는지 유심히 보기도 한다.


아주 여러 해 전에는 아스팔트 위에 계란을 던졌다. 계란이 익었다. 그때는 35도 넘는 정도였던 거 같다. 아스팔트는 자동차 바퀴의 마찰열로 더 뜨거울 것이다.


얼마 전 뉴스(SBS)에서는 차 내부 온도를 먼저 쟀다. 초콜릿이 얼마 만에 곤죽이 되는지, 버터가 얼마 만에 기름이 되는지, 무려 실내 온도는 70도에 육박했다. 그리고는 자동차 보닛에 호일을 깔고 베이컨을 올려두었다. 베이컨이 가장자리에서부터 익는 과정을 설명했다. 베이컨은 잘 구워졌다.


너무 일찍 찾아온 이 폭염은 우리나라가 이제 동남아로 갈 것인지, 사막 국가로 갈 것인지 나에게 궁금증을 남겼다. 갑자기 참다랑어- 참치가 우리나라에서 잡히고 있다. 앞으로 우리는 참치 요리를 열심히 하게 될지도 모른다.


AI만 공포스럽게 발전해 가는 게 아니라, 환경도 공포스럽게 변해가고 있다. 공포는 불쾌한 그 무엇이, 그 끝이 무엇일지 모를 때, 대응책도 없을 때, 예측하지 못한 때 발생하는 것에 대한 감정이다. 사람의 유전자, 지능, 정신력으로 어디까지 이 상황에 대응할 수 있을까.


잘 때는 선풍기를 틀고 있다. 선풍기가 어둠 속에서 고개를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돌리며, 나즈막한 작동음을 내며 바람을 보내주고 있다. 더위에 쉽사리 잠이 오지 않을 때는 물끄러미 그 선풍기의 단순한 동작을 바라볼 때가 있다. 왠지 안정이 되면서 조금씩 잠이 온다.


여름에는 우리 주변에 정말 꿋꿋이 성실히 그 자리를 그대로 지키는 분들이 유독 더 감사하다. 일하는 마음이나 동기, 여타의 상황은 알 수 없지만,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성실함이 이 사회를 멈춤 없이 움직이게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어느 드라마에서 '어른들이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안심된다'는 대사가 있었는데- 딱 그 대사가 내 마음 같다. 그리고 게으른 내 삶. 잘 참지 못하는 내 삶. 에 대해 반성하게 된다.


여름이다. 덥다. 내 마음에 갇힌 열기를 빼야 해서 그냥 여름날에 대한 글을 쓸 수밖에 없는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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