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목련나무 Sep 02. 2023

하마터면, 서운할뻔 했쟈나~

나의 글들에 관해

개그맨 김준호 씨의 유행어인가? '쟈나 자나?'가 제목으로 딱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운하지만- 너무 서운하다고 하기도 그런- 그런 일이었기 때문이다.


일의 시작은 앞서 올린 '나는 임산부가 아니에요'라는 글에서 출발하였다. 글을 올리고 나서 몇 시간 뒤부터 갑자기 조회수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통계를 보니 '기타' 유입이 많았고, 검색을 몇 번 해보니 브런치 스토리가 연계된 다른 사이트의 어디선가 노출이 되어 있는 경우 그런 것 같았다.


두둥두둥.. 마음이 떨렸다. 사실 내 프로필 사진을 내 사진으로 좀 바꿔볼까 했는데, 똥배가 유명해져 버린 것이다. 글을 올릴 때, 그냥 재미 삼아 올렸는데, 그게 조회수가 갑자기 쭉쭉 올라가니 이제는 내 사진을 보면 사람들이 내 똥배만 볼 것 같아서 올릴 수가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조회수 증가는 처음 봐서 뭔가 재밌기도 했다. 마치 주식창에 내가 가볍게 산 주식이 갑자기 원인 모를 이유로 상한가를 향해 쭉쭉 올라가는 기분이었다.


좀 겁이 나서 글을 내릴까도 생각했는데, 내 글을 읽고 사람들이 재밌어했다면 그걸로 되었다 싶어서 내버려 두기로 했다. 다행히, 내 글은 다른 분들은 천이나 만까지의 조회수도 나오는 경우도 있다는데, 그런 일 없이 평소의 조회수로 돌아오고 있다.


사실 조회수가 높아지면 좋아야 정상이건만, 주제가 그래서 그런지, 내가 그런 조회수를 감당할 마음의 그릇이 작은지, 평소의 조회수로 돌아오니 안심하는 나를 보고 참... 나에게는- 유명해지는 건 어려운 일이구나 했다. 세기의 똥배녀가 되기는 쫌 그랬다. 허허.


그 글의 조회수는 쭉쭉 올라가는데, 이게 조회수와 상대적으로 라이킷과 댓글, 구독 등의 반응은 매우 적은 게 기분이 묘했다. 내가 생각건대, 그 글의 조회수 상승은 제목이 자극적이었던 것과 소재가 일상의 소소한 내용이었던 게 원인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잘못된 건 없었다. 나는 인기 있는 작가가 되어보고도 싶었고, 내 글이 뭔가 로직에 맞아서 사람들이 클릭해 준 건 즐거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서운할 뻔했던 건, 나의 눈물과 공수를 가장 많이 담은 다른 글들에 비해 비교적 편한 마음으로 가볍게 쓴 그 글이 단숨에 인기 글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 글은 이윽고 나의 다른 글들의 역대 조회수를 가볍게 넘어 1위를 향해 가고 있지만, 아직 1위와의 갭이 좀 있다.


더 큰 문제는 정리되지 않은 나 자신이다. 처음에는 분명히 남편의 병으로 인해 마음이 힘들었고, 그걸 글로 쓰고 속이 후련해져서 쓰기 시작했는데, 브런치 작가 통과 관문을 넘어 발행을 하고 라이킷을 보고 조회수를 보면서 이상한 - 그간 생각해보지 않았던 마음의 욕망들이 다 건드려졌다.


내가 글을 발행하고 얼마 있지 않아 브런치스토리는 크리에이터 배지 제도와 응원하기 기능을 넣었다. 그렇게 결정하기까지 분명 브런치스토리의 고민이 컸을 것이라 생각한다. 요새 출판업계가 어려운 건, 어찌 보면, 유튜브나 틱톡에 밀려 다른 업계들이 힘들어진 세태에 같이 밀려온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변화를 이게 좋은 것입니다- 나쁜 것입니다-라고 나는 말하기가 더 어렵다.


그러나 확실한 건 경쟁 구도를 가열화 시킨 건 맞는 것 같다. 나는 라이킷과 구독자수를 많이 얻고 싶다. 그리고 배지도 얻어서 인정도 받고, 궁극적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 하면서 돈도 벌고 싶다. 유튜브의 구도가 많이 접목된 느낌이 들었다. 결국은 게임처럼 경쟁의 요소들이 다 들어가 버렸다. 어쩌면 브런치 스토리는 순수한 마음으로 글 쓰는 작가들을 지원하고 양성하기 위해 제도를 세팅했지만, 인간의 욕망은 결국 순수할 수 없는 그 무언가로 나아가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웹툰이나 웹소설 사이트들처럼 일주일에 한 번씩 글을 써서 독자의 응원하기를 받는데, 그 응원하기의 금액은 자율이다. 어떻게 보면 노력하는 작가에게 금전이 대가로 주어지는 것일 수 있다. 보통의 작가들이 양질의 글을 쓰는 게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도 일주일에 1번씩, 어찌 보면 쉽고 기계적으로 할 수 있는지도 모르지만, 글의 퀄리티를 생각할 때 여유와 뜸 들이는 과정이 줄어든다. 그러나 노력이라는 요소가 들어가 있으니, 작가들의 머릿속 고뇌의 땀방울에 가치가 들어가는 것 같기도 하다.


언제부터 글이 이렇게 홀대를 받았나. 세종대왕님이 한글을 만들고, 문자로 우리나라는 인쇄물을 통해 많은 정보와 사상을 전달하였고, 독서는 지금까지도 가장 사람을 바꾸는 강력한 툴이다. 아직도 영상물을 빨리 접한 아이들보다 독서를 하는 아이가 더 여러 면에서 좋게 성장하는 경우가 많아, 아이 키우는 집 중에는 TV를 치우고 있는 집들도 많다.


근데 지금은 born-to-be 본투비... 모바일이다. 아이들은 알려주지 않아도 클릭을 하고, 핸드폰을 사용하고 영상을 만든다. 사람들도 이제는 글이 아니라 영상을 선호한다. 분명 예전에는 글을 읽기 어려워 책도 너덜 해지도록 가지고 다녔고, 글을 장려하기 위해 곳곳에 도서관이 세워졌는데.. 무엇이 글을 이렇게 홀대받게 한 것일까.


나는 내가 올드스쿨이라 그런지, 정보 검색을 할 때 네이버나 블로그 글을 많이 본다. 이유는 유튜브는 아무리 자막이 있어도 그 사람이 하는 말과 영상을 재생 시간 내리 시청해야 하기 때문이다. 블로그 글은 휙 스크롤해서 필요한 단어가 있는 부분만 찍어서 볼 수 있다. 그 정보를 캐치하는 게 나에게는 유튜브보다 시간 낭비가 덜하기 때문이다. 리고 그 정보의 배경지식(?)이 적다. 문해력을 가지고 이해해야 할 그 무엇이 단순함이라는 걸 장착해 머리, 꼬리 떼고 몸통만 있는 생선 같은 게 숏폼 영상물 같이 느껴진다. 역시 올드스쿨인가^^


내가 그 사람을 보고 싶다면, 그 사람과 라이브로 소통하고 싶다면 유튜브가 더 나은 건가 싶기도 하다. 나도 영상물 무척 좋아한다. 글보다 영상물을 많이 보는 게 사실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나는 글을 쓰는 게 참 재밌고, 다른 사람들의 글을 좋아한다. 글에 담기고 표현된 그 사람의 깊은 마음을, 창의력을 보는 게 좋다. 그냥 보이는 단편이 아닌 그 사람의 마음의 언어로 표현된 아름다운 그 무엇이 좋다.


남편과의 투병기를 브런치북으로 발간하면서 제목에 대해 약간 갈등했다. 심지어 내 필명도 갈등했다. 내 글에 대해서도 갈등했다. 우선 제목은 사실 사람들이 자극적으로 내 책에 클릭 한 번 누르게 하려면 췌장암 글자를 제목에 넣어 더 강조했어야 했다. 필명은 목련나무보다는 좀 트렌디한 이름을 썼어야 맞다. 글도 짧고 다이내믹한 일상을 담고, 내 생각을 줄였어야 맞다.


그럼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내 글은 나와 남편의 기록이기 때문이었다. 브런치북까지는 나의 가장 초심을 담아 그 글을 내는 것이 맞다고 보았다. 필명은 좀 나이 들어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소중한 의미가 있기에 그랬다. 마지막으로 글은 사실 투병기에서 보호자의 마음을 토로하는 글이 얼마나 될까 싶기 때문이었다. 아마 암환우 sns사이트 빼고는 별로 없을 것이다.


내가 보호자로서 나라는 사람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어느 보호자나 환자나 그 누군가도 고민하고 울어보았다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우리는 이렇게 힘들지만 희망을 향해 나가는구나를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투병이 빨리 끝나면 모르겠지만, 보통은 몇 년에 걸쳐 그 시간이 간다. 그 매일매일이 극단으로 다이내믹할 수는 없다. 단지 불안함과의 싸움과 오늘 하루가 이렇게 가는구나의 연속점이다. 그걸 각색해서 쓰는 건 그 글에 대한 내 초심이 사라지는 일이라 생각했다.


투병기에 독극물을 담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생각이 너무 복잡하거나, 우울한 것 같으면, 이제는 다른 글을 쓰면서 나도 소위 탈출을 하고 있다. 부정적 감정은 전달이 너무 빠르다. 아마 자극이 강해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긍정적인 감정보다 더 오래 남아 간다. 그래서 그 옛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보고 사람들이 자살을 해서 금서가 된 일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가끔은 그 글의 후속 글들을 접어야 하지 않나도 고민할 때가 있다.


나는 요즘 나 나름의 소설에 가까운 글을 하나 준비 하고 있다. 아직은 생각이 여물지 않아 소재만 수집하고 고민만 하고 있는데 얼마나 그 글이 인기 있게 될지는 몰라도, 그 글을 통해 읽는 사람들이 글을 읽는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글의 힘이 죽지 않았다는 걸 보여 주고 싶다. 내 필력은 한참 걸음마 수준인데, 꿈은 무슨 육상선수다. 그리고 그 글 후에는 인생어려운 주제들을 담아 좀 더 깊은 글을 쓰고 싶다.


나의 욕심은.. 책 한 권 값이 아깝지 않은 작가가 되고 싶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어도, 혹은 전자책으로 읽었어도 그 시간이 아깝지 않은 글을 써보이고 싶다. 그때가 되면, 내가 소위 출간이라는 것을 해도,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어도, 수입이라는 것이 생겨도 당당할 수 있을 것 같다. 인정, 인기, 금전- 이것들에 자유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똥배로 유명세를 타는 건, 마음이 애매하다. ^^ 그래도 재밌게 읽으셨다면, 참, 다행입니다!  

요새 나의 최애 과자- 이제 글을 다 썼으니 한 봉 뜯어야겠다. 후후후..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임산부가 아니에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