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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련나무 Nov 18. 2023

요즘 본 일드 (미타라이 가, 불타다)

넷플릭스 일드 후기 + '하코즈메, ~싸워라 파출소 여자들~'

간만에 넷플릭스 시청에 들어갔다. 그중 '나가노 메이'와 '쿠도 아스카'가 나온 '미타라이 가, 불타다'는 첫 번째로 시도해서 3일에 걸쳐 몰아서 집중력 있게 보았다.


나가노 메이는 '하코즈메 ~싸워라 파출소 여자들~'이라는 드라마에서 처음 보았는데, 작은 체구에 앳된 얼굴을 했지만, 목소리에 강단을 줄줄 아는 매력 있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물론 하코즈메~ 에서는 꽤 귀엽고 웃기는 역할을 담당했었다.


기왕 나온 김에,  '하코즈메 ~싸워라 파출소 여자들~'은 목련나무 별점 5개를 주고 싶은 작품이다. 이유는 우선 재밌다. 약간 B급이라 해도 좋다. 밝고 재밌다.


그리고 코방~(실제 도쿄에 가보면 파출소에 KOBAN이라고 쓰여있기도 하다.)인데 그것도 지방의 소소한 일을 하는 코방의 면모를 그려낸 점도 꽤 좋았다.


요즈음 많이 나오는 수사물은 보통 강력반의 마약, 조폭, 횡령.. 등의 큰 거물 사건을 많이 그려내고, 그곳에는 늘 에이스이면서 만능 해커인 사이버 수사관이나 과학 수사를 강조하는 검시관이나 과학수사대원이 출현한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그런 사람들은 없다. 한적한 마을에서 교통 단속을 하고, 분실물을 찾아주고, 노인이나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그런 파출소이다. (그럼에도 초~바쁘다. 왜 바쁜지는 보면 알게된다 ㅎㅎㅎ)


그래도 사건이 일어난다. 사람 사는 곳은 어쨌든 소매치기, 강도, 성추행,등 등의 범죄가 있다. 그러한 곳에 신참 순경인 카와이(나가노 메이)가 들어가서 경찰 업무에 대한 회의도 느끼기도 하고, 보람도 느끼기도 하고, 그 외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성장해 나간다. 진짜 경찰로.


쿠도 아스카는 몇몇 작품에서 보았는데, 내가 본 작품에서는 대부분 비중 있는 조연으로 많이 나왔다. 그럼에도 내가 쿠도 아스카를 기억하는 건, 내 관점에서 잘생긴 배우이기 때문이다. 으흐흐~


얼굴이 좀 가무 잡잡하면서 주근깨도 점도 꽤 있는데, 뭐랄까 자연스러우면서 다가가기 편안한 인상의 사람이다. 플러스 성실한 느낌도 드는 그런 인상이다.


그래서 그 둘의 조합을 믿고 '미타라이 가, 불타다'에 진입하였다. 굳이 나의~ 목련나무 별점을 매기자면 별 4개 정도 줄 수 있겠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로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은 대본을 쓴 시나리오 작가에 대해서 나름 생각을 여러 각도로 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원작은 만화이다.)


포스터 사진 출처: 나가노 메이 넷플릭스 일드 미타라이 가, 불타..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간단히 소개하면, '미타라이 가(家)'라는 규모가 있는 미타라이 병원을 대대로 하고 있는 가문이 있는데, 그 병원장에게는 아내와 어린 두 딸이 있었다. 어느 날, 병원 옆에 있는 미타라이 가의 집이 불타면서 드라마가 시작된다.


아내는 남편에게 자신에게 화재의 원인이 있다며 화재 당일에 남편에게 엎드려 사과했고, 그리고는 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아내와 두 딸은 남편과 연락을 끊고 10년 넘게 따로 살게 된다.


병원장은 화재 후 얼마 가지 않아 아내(나츠키)와 친하게 지냈던 미혼모(마키코)와 재혼을 한다. 원래 이 미혼모는 아들 둘이 있었는데, 어렵게 살림을 꾸려가던 중, 미타라이 가의 부인을 학교 모임에서 만나 친해지게 된다.


그 후로 둘은 매우 큰 간격의 빈부차가 있음에도 서로 친하게 지내었는데, 이러한 교류는 원래부터 야심가였던 마키코의 마음에 점점 욕망의 불을 지핀다.


화재 당일, 자신의 집이 타는 광경을 보면서 멀리서 웃고 있는 마키코를 본 미타라이 가의 장녀(안즈)는 엄마가 아니라 마키코가 범인일 것이라 생각하고, 이를 밝혀내 과거의 충격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엄마와 자신과 동생의 삶을 다시 회복시키기 위해 가명으로 그 집의 가정부로 잠입한다.


줄거리를 간단히 쓰려했는데, 더 쓰면 너무 길어져 그냥 여기서 멈춰야겠다. (혹시, 미리 줄거리가 궁금한 분은 댓글을 남겨주시면, 스포 답변을 대댓글로 드리겠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별점을 5개에서 한 개 뺀 4개를 줄 수밖에 없는 건 결말이 미적지근하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사이다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김 빠진 사이다가 놓여진 셈이다. 근데 그 점이 내가 이 스토리를 쓴 작가를 높게 사는 부분이다. 이건 전적으로 나의 주관적인 의견이다.


이 드라마에는 화재의 진짜 주범을 찾는다는 설정 아래, 여러 가지를 다 담고자 했다. 작가는 여러 가지에 관심이 있었고 그래서 다 다루고 싶었는데, 그러다 보니 짧은 8부작에 깊이가 덜해졌다.


내가 느낀 것만 해도- 히키코모리, 죄책감을 안고 사는 삶, 빈부 격차가 불러오는 가짜 우정, 돈과 화려한 삶에 대한 동경, SNS에서 보이기 위한 삶을 사는 사람들, 상류층 시댁의 괴롭힘, 가족에 대해 무관심한 가장, 잘못된 부모의 사랑, 통제광, 미움- 시기- 질투, 사랑이라는 이유로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배려하고 그게 어떻게 문제를 일으키게 되는가 등이다.


여기에 가장 궁극적으로는 '작가는 그 누구도 미워하지 않는다는 것'이 결말을 심심하게 했다. 물론 진실이 밝혀짐에 따라 다들 응당의 대가를 치루지만, 결론적으로는 너무 극단으로 치달아 대가를 치르지는 않게 했다.


아울러 주인공인 안즈가 사건의 진실을 향해 가면서 '불을 지핀 건, 엄마다.'라는 유형의 대사를 하는데, 이건 안즈는 결국 사람은 모두 같다는 걸 알게 된 것과 다름없다.


엄마도, 자신도, 마키코도 모두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과 선을 추구했지만, 그 모든 게 충돌해 나온 결과가 그러하였을 뿐이다. 사람 사는 건- 단순하지가 않다.


각자가 처한 환경이, 각자가 가진 감정과 생각에 의해 이미 공평이 없는- 있다고 해도 불공평을 분명히 만들어 낼 사람들에 의해 그들의 생존하고자 하는 의지, 더 나아지고자 하는 의지로 단순하지 않은 세상이 탄생한다. 그리고 세상은 어떻게 해서든 굴러간다.


즉, 사람은 자신의 욕망에 따라 살고 있을 뿐이다. 작가는 여기까지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근데 나는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펼쳐진 문제들을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의 주역은 지혜롭고, 사람의 따뜻한 힘을 믿는 안즈다. 안즈를 보면서 오래전에 보았던 일본 소설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이 떠올랐다.


좀 진지하게 봤던 이유 중에 하나는 내가 쓰고 싶은 소설이 이 드라마와 어딘가 닮은 구석이 있기 때문이었다. 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세상에 공개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마음 가짐만은 작가의 마음으로 이 드라마를 이입해서 보았다.


'미타라이 가, 불타다'를 보고 내 마음에 남은 것은 사람, 스토리, 그리고 작가였다.


덧붙임 사진.. 하코즈메~ ^^

출처: 채널W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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