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9
한 기자가 SNS에 올린 글이 폭발적으로 퍼졌다.
"RBC-SR1의 심장충격 조치에도 72세 남성은 병원 도착 3시간 후 사망했습니다. 반면 백씨는 평생 휠체어에 의존해야 합니다. 대체 누구를 '구조'한 겁니까?"
이 포스트는 48분 만에 5만 3천 회 공유되었다.
다음 날 오전, 로보코어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장은 곧 토론장으로 변했다. 로보코어의 한국 지사 CEO, 홍보팀과 설계팀 임원, 의료인, 기자, 법률 전문가, SNS 인플루언서까지, 각자의 정답을 들고 모인 사람들의 목소리가 충돌했다.
첫 질문이 날아왔다. "72세 남성 윤모씨는 사망했습니다. 백은진 씨는 생존했지만 하반신 마비입니다. 구조란 생존을 의미합니까, 회복을 의미합니까?"
로보코어 설계팀장이 신중하게 답했다. "RBC-SR1은 국제재난구조연합 기준을 따릅니다. 당시 백 씨의 초기 생존율은 61%로 윤 씨의 18%보다 높았습니다. 그러나 윤 씨의 호흡수가 분당 6회로 떨어지면서 3분 내 사망 확률이 95%에 달했습니다. 국제 프로토콜 7-3항은 이런 극단적 상황에서 고령자라도 우선 구조하도록 규정합니다. 연령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다른 질문자가 추궁했다. "그럼 백 씨는 완치될 수도 있었는데, 지금은 영구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합니다. 이것이 정말 '최선'이었습니까?"
팀장은 잠시 침묵했다. "로봇은 현재 시점에서 가능한 최선을 선택합니다. 사후 결과는 예측 변수일뿐입니다. RBC-SR1은 두 분 모두를 의료팀에 인계했습니다. 의도적 차별이나 선택적 방치는 없었습니다."
다른 기자가 물었다. "생존율이 낮은 고령자에게 역가중치를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입니까? 젊은 사람의 삶의 질을 희생하면서까지?"
로보코어 한국 지사 CEO가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모든 생명의 가치는 동등합니다. 그러나 재난 현장에서 여러 생명을 동시에 구할 수 없을 때, 우리는 기준이 필요합니다. 그 기준을 만든 것은 국제 사회입니다. RBC-SR1은 차별하지 않습니다. 입력된 기준에 따라 결정할 뿐입니다."
또 질문이 던져졌다. "그 기준을 바꿀 수는 없습니까?"
CEO는 똑바로 카메라를 바라봤다. "기준이 바뀐다면 우리는 따를 것입니다. 우리는 설계자이지 입법자가 아닙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어떤 기준을 선택하든 누군가는 선택받지 못할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직면한 진짜 문제입니다."
그는 차분하지만 무거운 목소리로 이어갔다.
"RBC-SR1이 도입되기 이전을 기억하십니까? 작년 oo동 사고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맨몸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구조율은 42%에 불과했습니다. 올해는 75%입니다. 수치 뒤에는 살아난 생명들이 있습니다.
이번 현장에 RBC-SR1은 단 한 대뿐이었습니다. 만약 두 대가 있었다면, 백은진 씨와 윤 모 씨 모두 골든타임 내에 구조됐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현재 기술로 RBC-SR1 한 대를 제작하는 데 18개월이 걸립니다. 핵심 센서는 연간 200개만 생산되고, 인공지능 칩셋은 국제 군수물자 통제 품목입니다. 우리가 TV나 냉장고처럼 대량생산할 수 있는 가전제품이 아닙니다.
서울시에는 현재 RBC-SR1이 7대 배치되어 있습니다. 정부 예산으로 가능한 최대치입니다. 우리는 제한된 자원으로 최대한 많은 생명을 구하려 합니다. 그 과정에서 국제법이 정한 프로토콜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불완전한 해답이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믿습니다."
CEO는 마지막으로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백은진 씨의 비극에 깊이 공감하며 안타까움을 표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질문이 있습니다. 왜 소방대원과 구조대원의 처우는 나아지지 않고, 지원자들도 해마다 줄어드는 걸까요? 왜 고작 7대의 구조로봇으로 수백만의 시민을 지켜야 하죠? 왜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구조입니까? 진짜 문제는 RBC-SR1의 판단 기준이 아니라, 현장에 RBC-SR1이 한 대밖에 없었다는 사실 아닙니까?"
기자회견장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