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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 사고의 여파는 예상보다 거셌다. 국회 긴급 청문회가 열렸고 야당은 "알고리즘 살인"이라는 극단적 표현까지 동원했다. 여당은 "SR1이 없었다면 두 명 모두 사망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격렬한 논쟁은 3개월간 이어졌다. 그러다 부산에서 비슷한 건물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RBC-SR1이 배치되지 않은 지역이었다. 구조대원 2명이 순직하고, 매몰자 5명 중 1명만 생존했다. 여론이 급변했다. "RBC-SR1이 없는 곳의 비극이 더 크다"는 현실이 드러났다.
정부는 '긴급구조로봇 확충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반대 47표, 기권 23표. 간신히 과반을 넘긴 표결이었다.
로보코어와 3개 대학이 참여한 컨소시엄이 결성되었다. 19개월간의 집중 연구 끝에 KAIST 연구팀이 돌파구를 찾았다. LCI(Liquid Cooling Integration) 모듈, 즉, 냉각과 연산을 일체화한 새로운 패키징 기술이었다.
"기존에는 발열 때문에 버려지던 칩셋의 70%를 살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연구팀장이 설명했다. "결함률이 3.2%에서 0.9%로 떨어졌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제 핵심 칩셋을 수입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싱크홀 붕괴 사고 발생 2년 후, RBC-SR1의 생산 라인이 본격 가동되었다. 핵심 칩셋 생산량은 연 200개에서 450개로 늘었고, 국산 대체 칩셋이 추가로 연 300개 생산되기 시작했다. RBC-SR1 한 대당 칩셋 2개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간 최대 375대 생산이 가능해진 셈이었다.
서울시는 7대에서 19대로 RBC-SR1을 확충했다. 경기도 15대, 부산 8대, 대전 6대 등, 주요 도시부터 배치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대가는 있었다. 예산 압박으로 RBC-SR1의 설명 모듈(구조 결정 과정을 실시간으로 설명하는 기능)은 간소화되었다. 책임 소재는 더욱 복잡해졌다. 제조사, 운영 기관, 정부, 국제기구가 얽힌 그물망 속에서 누가 최종 책임자인지 모호해졌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시민 감시 패널'이 신설되었다. 의료계, 법조계, 시민단체 대표 12명이 분기마다 RBC-SR1의 우선순위 가중치를 검토했다. 현장 지휘관의 긴급 개입 권한도 제한적으로 허용되었다. 단, 명백한 오류가 있을 때만, 그리고 사후 심사를 거친다는 조건 하에 가능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