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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백100back2

여행 중 술먹기 10분 전,

경주 여행 1일차

by 크게슬기롭다

경주 여행 중이다.


아침 7시에 출발해 5시간 가령 운전, 그 다음 내려서 밥을 먹고 첨성대와 동궁과 월지(안압지) 를 보고 다시 또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선 한시간 가량 운전을 해서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온 지 약 10분도 지나지 않은 시간이다. 하루가 휘뚜루마뚜루 지나갔다.


사실 이렇게 다닌건 3년전부터였다. 어릴적 많이 다니지 않았던 가족여행을 어른이 되어서는 '좀 해보고' 싶었다. 그때, 가족여행을 마음먹고 준비했었던 때엔 모든 것들이 신기하기도 했다. (좋은 의미로) 자극적이었다. 눈 앞에 보이는 자연경관들이 감사했는데, 그 당시엔 한창 다른 곳에 몰입해서 여행을제대로 다니지 못할만한 상태였기 때문일ㅣ이었을 것이다. 마음도 여유롭지 못했고, 시간도 길지 않았었다. 여행을 다니는 것 보다 온라인 강의 수강하는 것에 돈을 쓰는게 더 행복했을 정도였다.


그 결심과 첫 여행 이후로 1년에 한 두번씩 국내여행을 다니고있다. 점점 이곳 저곳 다녀보니조금씩 그 여행에 대한 감정들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덜 자극적인' 상태가 된 것이다. 여행을 거의 안다닌 사람보다 조금 더..., 여행을 가끔 다녀본 사람처럼 여유롭게 반응하는 수준이 된 것 같다. 밥집을 찾아다니고, 막히는 길을 기다리고,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계속 가족을 찾아다니는 건 이젠 익숙하다. 평소에 보지못한 건물들을 바라보고 탄성을 자아내는 건 이젠 좀 줄어들었다.


그래도 아름다운 산등성이와 살짝 안개진 하늘이 만들어내는 색 조합은 내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히 새롭고 감동적이다. 비가 올 것 같은 하늘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면, 렌즈를 통해 보이는 하늘은 훨씬 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에선 하늘과 구름의 움직임에 놀라 실컷 사진을 찍었다. 하늘 다음으론 산의 모습, 나무의 형태, 맑은 공기에 절로 신이난다. 생각치 못한 행복, '우연이 만들어낸 기회' 들에 자꾸만 눈이 간다. 그러다 우연하게 들어간 카페에서 맛있는 음식과 커피를 발견하기도 한다. 계획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큰 임팩트를 주는 것들을 만나는게 재미라는, 어느 여행 블로거의 글이 떠오른다.



짧은 글을 정리하고, 다시 여행에 집중하려고 한다. 차에 가져간 와인 3병을 뜯고, 가져온 각종 과일과 과자를 꺼내 안주삼아 먹을 것이다. 술취한 내 뇌와 입을 거쳐 나오는 소리들이 이번엔 무엇일까. 그리고 그 끝에서 나는 이번 23년 11월 여행을 어떻게 기억할까. 좋은 기억들이 이 곳 경주에 조금씩 묻어있길 바란다. 그 행복을 쌓으러, 이젠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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