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볼 영화
퇴근길에 문득 광고 화면을 쳐다보았는데 마침 '시스터액트' 뮤지컬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매년 한 번씩은 들어보았지만 단 한 번도 관심을 가져본 적 없는, 영화였는지 뮤지컬이 원작이었는지도 모를 그것이 문득 눈에 들어왔다. 시스터 액트라는 단어는 익숙해도 그게 무슨 의미인지도 모른 채로 지하철을 탔다. 괜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자리에 앉아 검색했다. 디즈니 플러스엔 왠지 있을 것 같아 눌렀더니 바로 나왔다.
1992년 영화였다. 최근 들어 가끔씩 만나는 90년대 영화들이 너무 재미있어 흥미를 가지고 있었는데, 또 하나의 영화가 생긴 것이다. 92년이면 벌써 30년도 더 된 영화인 것이다. 하지만 그 30년이라는 세월을 뛰어넘어 한 바퀴를 돌은 듯, 영화가 가지고 있는 질감이나 스토리라인이 너무 진부하지도 뻔하지도 않으면서 흥미를 끌어당기는 그런 것이었다.
영화는 주인공과 그 친구들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최근에 본 영화나 드라마에선 그런 '주인공의 활약' 들이 생각보다 짧게, 그렇지만 훨씬 더 화려하게 나왔던 것 같다. 너무나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이 요약되어 나오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그걸 기다리지 못하니 말이다. 하지만 92년도의 영화는 달랐다. 가만히 기다리고, 보여주고 싶은 만큼 다 보아야 한다,라고 감독이 말하는 듯했다. 주인공은 한 가지 표정만 갖고 있지 않았다. 결국 그 장면은 주인공이 얼마나 음악적 소질을 가지고 있는지 알려주는 장면이었지만, 그렇다고 과장되게 웃기거나 놀라운 에피소드가 겹치지도 않았다. 실제로 그녀가 얼마나 노래를 잘 부르는지, 빠른 템포와 느린 템포에서의 음악을 들려주었다. 주변인과 앙상블을 이루어 노래를 부르는 장면, 맨 마지막엔 호응을 이끌어냈지만 딱 한 명만 박수를 치는 그 장면까지, 지금이라면 보기 힘든 그런 장면들이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약 1시간 전에 시작한 영화를 아직도 보고 있다. 그 영화 중간을 끊고 글쓰기를 하러 온 게 어색할 정도다. 글을 마무리하고 다시 마지막 부분을 보러 가야겠다. 시스터액트의 다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