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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백100back2

매달려 본 적이 없는 사람의 푸념

아직 매달려 있는 중

by 크게슬기롭다

오늘은 열심히 매달린 하루였다. 내 방식대로 접근한 예측은 종종 틀리거나 , 시간이 오래 걸렸다.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 오래 걸리는 사람이었다. 그 대문에 어쩌다 보니 남들 눈엔 꾸준히 하는 사람처럼 보였을지 모른다. 사실 그게 아니라, 아직 안 끝난 거였다.


이젠 정말 지친다. 몸이 더 지치기 전에 끝을 내고 쉬었어야 했는데, 쉬지 못했던 게 이렇게 나의 체력과 정신력을 갉아먹을 줄 몰랐다. 내 삶에서 이렇게 노력을 해본 적이 없었나, 하면 그랬던 것 같다. 어찌어찌해서 애매하게도, 결과 같지도 않은 그런 것까지 얻곤 했었으니 말이다. 내가 한 노력에 비해 얻는 것이 별로 없다는 말, 누가 내게 던져준 그 말은 나를 설명하기에 너무나 잘 맞았다.



아직도 "노력"을 떠올리면 어린 시절 줄넘기 수행평가 연습을 해갔다던, 예쁘장한 얼굴에 공부도 잘하던 전교 몇 등 그 아이가 떠오른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다. 엄마가 내게 그 아이의 소식을 전해줄 때, 난 그 아이가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지치지도 않은 체력과 의지력으로 줄넘기를 들고 다시 문밖으로 나와 연습하는 그 모습을 떠올리곤 했다.


나는 그런 연습을 하지 않았다. 적어도 체육은 그랬다. 너무 어려운, 기술이 가미된 것들 (농구 레이아웃 슛 같은 것)을 제외하고는 얼추 한두 번 보고도 할 수 있었다. 2단 뛰기도, 자전거도, 달리기도 그냥 뭐, 조금 달려볼까! 하면 달려댔다. 1등과 2등은 아니었으나, 노력 안 한 대비 성적은 마음에 들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나는 내가 원하지도 않는 몇몇 실력들에 둘러싸여 정작 내가 원하는 것을 향해 달려볼 기회를 어린 시절에 얻지 못했다.


그나마 딱 하나, 국어 1등급을 맞아보겠다고 국어 선생님을 달달 볶았던 건 기억난다. 남의 말귀를 못 알아듣던 건, 그때도 그랬는데, 그 내 못 알아듣고 내 맘대로 생각하던 성격을 어찌어찌 잠깐 조율해선, 국어 1등급을 위한 무지성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문제를 정말 잘 맞추기 위해 노력한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렇게 열심히 뇌를 쓴 기억은 없고, 그냥 문제를 눈에 바르는 정도를 반복한 거였다. 그러고 나서 대학교를 들어가 가장 처음 한 나의 선택은 아직도 기억난다. “나는 이렇게 1년을 더 투자했는데도 이 정도 학교만 올 수 있으니, 공부엔 소질이 없는 게 분명해. 공무원? 절대 준비 안 하지!” 신포도 전략이, 둥둥 인생을 떠밀려 살고 있는 나를 또 저 멀리 밀어버렸다. 그렇게 움직여 도착한 곳은 기호학이었고, 마케팅이었고, 데이터였다. 나는 내가 목표를 하고, 구체적으로 그려 달려본 적이 없었다. 보다 추상적으로 생각했다. ‘부자가 되기’ 라든가,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같은 것 말이다. 그런 건 내게 큰 힘을 가져다 주진 않았다. 끌어당기는 힘을 갖기엔 너무 큰 명제였다. 그런데 그렇게 얻어낸 몇몇 시선들이 또 나의 다음 단계를 계속해서 알려줬다. 힘에 부치면 부치는 대로, 때려치우고 싶다고 되뇌면서 그렇게 지내왔다.


그래서 그럴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계속한다. 어린 시절, 무언가에 처절하게 매달려 보는 경험을 했다면 어땠을까. 그럼 나는 그때부터 삶을 더 잘 배우지 않았을까. 더럽고 치사한 경험들도 많이 했겠지만, 그 속에서 나만의 ‘방법’을 터득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나는 왜 수영선수가 될 생각을 못했을까. 왜 튜브 위에서, 더 좋은 파도에 몸을 맡겨 왔을까.


2단 뛰기 같았을 것이다. 줄넘기 수행평가를 위해 노력하던 친구와 달리, 쉽게 2단 뛰기를 할 수 있는 몸을 가진 나였기에 나는 그걸 더 해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게 뭐 엄청 난 재능도 아니면서, 0에서 1 사이로 등급을 매긴다면 평균을 벗어난 정도, 그러나 그게 뭐 엄청난 줄넘기 선수가 될 정도의 능력은 아닌 그 수준이었을 것이다. 덕분에 쓸데없는 데에 힘쓸 필요는 없었지만 그만큼 ‘나만의 쓸데’를 찾거나, ‘쓸데 있는 곳’에 힘주는 방법을 아예 배우지 못했던 것 같다.



이 모든 이야기는, 그냥 오늘의 일이 힘들었다고 푸념하고 싶어서 꺼낸 이야기다. 이번주 동안엔 정말 매달렸다. 다만 예전처럼 울면서 매달리진 않고, 조금씩 힘을 빼가며 매달렸다. ‘겁나 하기 싫은 상태’가 되기 전에 꼭 쉬었다. 그리고 다시 쪼금, 또 쉬고 쪼금을 반복했다. 그리고 그건 끝나지 않았다. 남들은 끝나고 나서 글을 쓰지만 나는 뭐 그렇지도 않다.


아니 뭐 끝내본 적이 있어야지.

오늘은 정말로, 끝내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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